6·25전쟁에 참전한 한병구 일병의 유해가 전사한 지 68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한 일병은 1933년 8월 7일 4남3녀 중 차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6·25전쟁 발발 이후인 50년 12월 29일 17세의 나이로 자원입대했다. 대구 1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국군 9사단 전차공격대대에 배치됐다. 51년 1~2월 중공군 공세에 맞서 춘양·장성·하진부리 진격 작전과 정선 전투 등에 참전해 임무를 수행하다가 전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유해는 2016년 9월 7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월운리 수리봉 940고지에서 발견됐다. 이 지역은 51년 8월 ‘피의 능선 전투’가 펼쳐진 격전지다. 지금까지 유해 700여구가 이 일대에서 수습됐다. 한 일병 유해는 곧바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유해 주변에서 전투화 밑창과 녹슨 버클이 발굴됐지만 인식표 같은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 일병 유가족의 유전자(DNA) 시료도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일병이 입대하던 때 9살이었던 동생 병열(78)씨가 형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병열씨는 지난해 4월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6·25전쟁 전사자 유가족 DNA 시료채취 부스에 들렀다. 한 군부대에서 운영 중인 부스였다. DNA 분석에 필요한 세포를 입에서 떼어낸 병열씨는 9개월을 기다렸다. 지난달 형의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쏟았다. 병열씨는 “잃어버린 형님의 이름과 명예를 되찾게 돼 가슴이 뿌듯하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2일 오후 서울 은평구 병열씨 자택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주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열었다. 한 일병 유해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남상호 유가족찾기팀장은 “유해는 찾았지만 신원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전사자는 1만여명”이라며 유가족들의 DNA 시료채취 참여를 당부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