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과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현대차그룹이 판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 ISS는 11일(현지시간)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제안한 고(高)배당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엘리엇의 과도한 배당 요구가 연구·개발(R&D)이나 투자를 위한 자본요건 충족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 글래드 루이스가 지난주에 밝힌 권고 내용과 동일한 맥락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지난해 지배구조개편안 때와 달리 엘리엇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현대차그룹의 장기적 투자 및 경영비전에 동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이날 엘리엇의 배당 확대 요구 등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이 제안할 주주친화책 및 미래투자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차는 최근 미래차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2023년까지 5년간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엘리엇은 지난달 보통주 기준 현대차에 주당 2만1976원, 현대모비스에는 2만6339원의 배당을 주주제안했다. 반면 사측은 3000원(현대차), 4000원(현대모비스)을 기말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키로 했다.
다만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서는 자문기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글래드 루이스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차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3명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ISS는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 3명 중 2명은 찬성하고, 현대차가 추천한 2명에 대해선 반대표 행사를 권유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의결권 권고를 계기로 이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보강계획을 밝혔다. 우선 22일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해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과 전략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으로 계속 보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존중받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켜 다양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경영에 반영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