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검찰 일방적 여론전 이제 끝나… 공소장은 검찰발 미세먼지 신기루”

입력 2019-03-12 04:02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에서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자신의 첫 재판에서 “그동안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펼친 일방적인 여론전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적극 다투겠다는 예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1회 공판기일에 임 전 차장은 수인번호 ‘3729’가 달린 하늘색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지난해 10월 구속되고 138일 만이자, 11월 구속 기소된 지 117일 만이다.

임 전 차장은 작심한 듯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약 10분간 읽으며 검찰이 구성한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과 직권남용죄의 경계선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이 재판의 핵심”이라며 “검찰이 그은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경계선은 이 재판에서 결코 수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그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법부”라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을 향해 날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검찰 공소장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돼 형성된 신기루와 같은 표상에 매몰되지 말 것을 재판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발언 중간 검사석을 바라보기도 했다.

검찰 측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박주성·단성한 부부장검사를 비롯해 11명의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는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관료조직으로 거듭났다”며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세력은 철저히 탄압했고 재판을 거래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사법농단 의혹 재판 중 처음으로 시작하는 임 전 차장 재판은 향후 진행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 재판의 ‘미리보기편’이 될 전망이다. 모두 법률 전문가이므로 보통 피고인처럼 변호인에게 변론을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날도 임 전 차장은 재판부가 공소사실별로 혐의 인정 여부를 재확인하자 변호인 대신 나서기도 했다. 그는 “공모관계가 성립되려면 범죄사실에 해당해야 하는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허위공문서 작성에 대한 범의(犯意)가 없다” 등 답변을 직접 했다.

앞서 이전 변호인단이 지난 1월 30일 예정됐던 첫 공판기일 전날 돌연 사임한 것을 두고도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이 변호임을 사임시켜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주장하자 임 전 차장은 “나를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임 전 차장의 두 번째 공판기일은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