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딱 하나의 ‘숙제’를 지향점으로 삼았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일궈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라는 기존 ‘삼각 구도’를 바탕으로 하는 대화의 장을 청년·여성·비정규직으로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11일 3차 본위원회에서조차 사회적 합의안 의결을 이뤄내지 못했다. 경사노위는 향후 일정도 결정하지 못하면서 ‘구조적 한계’를 극명하게 노출하고 있다.
경사노위의 구조적 한계 중 가장 큰 것은 합의 절차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산하 의제별 위원회에서 합의된 사안을 찬반 투표로 결정한다. 부대의견이 달리거나 합의안을 변경하는 절차가 없다. 때문에 의제별 위원회에서의 논의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의제별 위원회에선 기존 ‘삼각 구도’가 여전하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외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도 되짚어볼 일이다. 경사노위 파행을 부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은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려졌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당정협의를 통해 기존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미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경사노위에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포장지를 씌워달라고 공을 던진 셈이 됐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경사노위 의결의 특성을 고려하면 합의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사회적 대화를 통한 대타협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경사노위의 구조를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결정은 국회에 일임될 수밖에 없다. 논의에 불참한 계층별 대표자들은 “청년·여성·비정규직이 사회적 대화의 ‘보조축’이냐”고 비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