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 “5·18 유공자 절반이 깡패” 전두환 재판 계기 다시 뭉치는 극우들

입력 2019-03-12 04:02

전직 대통령 전두환(88)씨가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모습을 드러내면서 ‘극우 세력’이 다시금 결집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광주 재판은 인민재판” “5·18 유공자 중 절반 이상이 동네 깡패” 등 과격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중도와 보수의 존재감이 미미해지면서 극단 세력의 목소리가 여과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씨 재판 출석이 극우 세력이 뭉치는 일종의 ‘타이밍’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5·18 진상조사위원 문제를 계기로 5·18이 자연스럽게 화제가 됐고, 이번에 (전씨가) 광주로 내려가면서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며 “그 타이밍을 잡아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쟁점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보수 세력이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극우 중심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 집회에 참석한 지만원씨도 “5·18이 무너지면 이번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 200여명은 SNS와 단톡방 등을 통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메시지를 퍼뜨렸다. 현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한 윤모(58)씨는 “태극기 집회는 나가본 적이 있지만 5·18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며 “최근 이슈가 돼서 공부하다 보니 화가 났다.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고 거짓말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생방송 화면에는 “5·18은 누가 봐도 무기 탈취범” “자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해하면 총 탱크 헬기 사격 할 수 있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5·18을 폄훼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전씨를 ‘광주의 영웅’으로 묘사하고 광주 시민들을 ‘폭도’라고 부르는 식이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의혹을 과장하고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발언들을 함으로써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극단적 우경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기반이 좁아지니 극우 세력이 극렬히 저항하고 있는 것인데 이대로라면 스스로 보수를 죽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이성문 이동환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