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개원 허가 심의과정에서 비공개에 부쳐졌던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가 공개됐다. 내국인 병원진료 문제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채 정부승인을 받은 데다 국내자본 ‘우회 투자’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사업계획서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제주도는 녹지그룹 측이 도의 공개 계획에 반발해 지난 8일 법원에 ‘사업계획서 공개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함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병원 운영 주체인 녹지제주는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과 헬스케어타운 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녹지병원의 주 이용 대상으로 삼아 미용성형, 건강검진 등 비보험과목 중심의 휴양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운영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녹지제주는 사업계획서에 내국인에 대한 진료를 제한한다는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현재 녹지 측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정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내국인 병원 진료제한 규정이 없는 사업계획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자본 우회투자 의혹을 증폭시킨 사업시행자 자격 요건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계획서에는 사업시행자 중 하나로 중국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와 일본 주식회사 IDEA 등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BCC의 연결회사인 한 의료기관은 2014년 7월 한국 의료기관과 함께 서울에 국내 법인의 의료기관을 설립, 국내자본 우회투자 의혹을 받아왔다.
녹지제주는 2015년 3월 자회사 그린랜드헬스케어주식회사를 통해 녹지제주 50억원(92.6%), BCC 3억원(5.6%), IDEA 1억원(1.8%) 등 총 자본금 54억원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후 녹지 측은 자신들이 100% 투자한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변경해 사업승인을 받았다.
녹지그룹이 병원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녹지그룹은 부동산·금융·상업·건설·에너지 사업부를 거느린 회사로 병원 경험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사업계획서에 반드시 제시해야 할 ‘병원사업 경험 자료’를 ‘사업시행자 해외 의료네트워크’ 협력업체(BCC와 IDEA)로 대체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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