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 후 두 번째로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혼탁 선거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올해 선거는 오는 13일 전국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1343곳에서 치러지는데 막판까지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1일 대구와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대구 달성군선관위는 이날 조합원 10명에게 각각 3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후보자 친족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경북 포항 북구선관위는 지난 7일 선거운동 지원·지지를 부탁하며 6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포항 모 조합장 선거 후보자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에서 불법 행위 101건이 적발돼 25건을 고발, 3건을 수사의뢰했다. 나머지 73건에 대해선 경고 등의 조치를 했다.
부산·경남도 불법이 막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 사상구선관위는 조합원 2명에게 각각 20만원, 4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한 혐의로 입후보자 C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남선관위도 부녀회모임에 참여해 가입비와 찬조금 등을 제공한 혐의로 합천지역 조합장 후보자 부인 D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과 인천, 대전, 광주, 경기도, 제주, 강원도 등에서도 금품·음식물 제공, 상대 후보 비방 등 불법 행위 적발이 잇따랐다. 최근까지(10일 기준) 선관위는 전국에서 불법 행위 500건을 적발해 116건을 고발하고 10건을 수사의뢰했다. 374건은 경고 등의 조치를 했다.
조합장 선거 혼탁 분위기는 뿌리가 깊다. 조합장이 되면 지역에서 큰 권한을 가질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고 공정성 문제도 심각했다. 이에 선관위는 2005년부터 개별적으로 실시되던 조합장 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했고 투명한 선거를 위해 2015년부터는 선관위 관리 하에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실시했다.
하지만 선관위와 경찰의 단속과 홍보에도 불법은 계속되고 있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 2015년엔 전국에서 불법행위 867건이 적발돼 이 중 171건이 고발되고 56건이 수사의뢰, 582건이 경고 등을 받았다. 이번 제2회 동시선거의 경우 1회 때보다는 적발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불법 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선거 현장에서는 선거 운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불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장 선거의 경우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지 않아 후보자는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홍보 현수막이나 공약과 정책 등 자신을 알리는 토론회도 열 수 없다. 후보자는 선거 기간 중 선거 벽보 부착과 공보물 발송, 명함 배부, 문자메시지, 어깨띠 착용 등만 가능하다. 조합장 선거가 현직에 유리한 ‘깜깜이 선거’로 불리는 이유다. 법 개정 시도도 있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대구선관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자신을 알리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후보들이 적지 않지만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