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등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끌었던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이 11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한유총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집단휴원 엄포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지난 4일 개학연기 투쟁을 통해 확인됐다. 따라서 강경 투쟁보다 정부와 주고받는 협상 노선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이사장이 이날 오후 발표한 ‘거취표명 보도문’을 보면 한유총 내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립니다. 사립유치원에 유아를 맡겨주신 학부모께 고개 숙여 사죄합니다”라고 했다. 또한 “조건 없이 에듀파인을 수용한 만큼 교육부도 불편을 해소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 3법,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선 학부모와 사립유치원, 그 밖의 유아교육 관계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과거 에듀파인을 조건없이 수용하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만큼 대화의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 달라는 ‘호소’로 읽힌다. 에듀파인이든 유치원 3법이든 반대하지 않을 테니 ‘퇴로’라도 열어 달라는 쪽으로 협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이사장은 업무공백을 막기 위해 새 이사장이 선임되는 오는 26일까지만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유총 내부는 지난 4일 개학연기 투쟁을 앞두고 심각한 강온파 대립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궐기 대회 이후 강경파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개학연기를 강행했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후 이 이사장을 비롯한 지도부 책임론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 결속력도 급격하게 무너지는 양상으로 전해졌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서 안정화되기까지 한유총이 사실상 ‘식물’ 상태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