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의 제자화 평생 사명… ‘은혜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입력 2019-03-12 00:02

신약성경 마태복음(28:19,20)의 대위임명령은 모든 신자에게 주신 사명이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의미는 ‘평신도’로 머물지 말고 ‘제자’로 살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옥한흠(사진) 목사는 평생 이 사명을 품고 신자들을 깨워 제자로 만들었다. 최근 그의 목회철학과 삶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모임이 구성됐다. 지난달 18일 개최됐던 은보포럼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다. 은보(恩步)는 옥 목사의 호로 ‘은혜의 발걸음’이란 뜻이다. 옥 목사 기념사업과 사역 계승, 제자훈련 콘텐츠 개발·보급, 건강한 교회 세우기, 한국교회 연합운동 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은보포럼 대표 배창돈 평택대광교회 목사와 운영위원인 다큐멘터리 감독 김상철 파이오니아21연구소장을 지난 2일 경기도 평택대광교회에서 만났다.

대담=배창돈 은보포럼 대표·김상철 은보포럼 운영위원

은보포럼 대표인 배창돈 평택대광교회 목사(왼쪽)와 운영위원인 김상철 파이오니아21연구소장이 지난 2일 경기도 평택대광교회에서 만나 고 옥한흠 목사가 남긴 제자훈련 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은보포럼 발기인만 200명이 넘는다.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김상철 소장=내년에 옥한흠 목사 10주기를 맞는다. 은보포럼 발기인들은 옥 목사의 목회 사역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을 같이했다. 발기인 중에는 사랑의교회 출신과 성도를 비롯해 옥 목사에게 감동을 받았던 분까지 골고루 모였다. 포럼 대표인 배 목사는 옥 목사의 제자훈련에 영향을 받아 30여년을 제자훈련에 힘써 왔다. 평택대광교회는 성도 75%가 전도된 신자들로 구성됐으며 과수원 가운데 세워진 열악한 주변 환경을 극복하고 제자훈련을 통해 질적·양적으로 성장한 교회다. 제자훈련 지도자세미나도 꾸준히 개최한다.

-제자훈련 세미나는 여전히 실시되고 교회별로도 제자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자훈련은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창돈 목사=그렇지 않다. 오히려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제자훈련은 신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게 한다. 제자훈련은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올해로 제자훈련을 32년째 하고 있다. 제자훈련이야말로 주님께서 주신 사역이다. 일부 실패 사례를 보고 제자훈련 전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문제이지 주님의 명령과 말씀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주님은 분명히 “가서 제자 삼으라” 하셨다. 제자훈련은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사역이다. 그러므로 계속돼야 한다.

-제자훈련 비판론 중엔 신자들의 머리만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배 목사=지식으로만 가르쳤기에 그런 말이 나오는 거다. 목회자가 온 마음과 정성과 사랑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겸손과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다. 나는 지금도 매일 새벽기도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몇 개의 그룹을 만나 제자훈련을 하고 있다. 첫 3년은 너무 힘들어 건강을 잃기도 했다. 제자훈련을 잘못해서 신자들의 머리가 커진 거지, 제대로 하면 다르다. 이 점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제자훈련을 받았다고 모든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제자훈련 이후 신자들이 제자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제자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신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경건에 이르도록 돕고 말씀으로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모든 과정이 제자훈련이다.

김 소장=제자훈련을 잘하는 교회들의 공통점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는다는 것이다. 한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목회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한다. ‘제자, 옥한흠’(2014) ‘제자도, 광인 옥한흠’(2017) 등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옥 목사의 자료를 모았다. 결론은 제자훈련 자체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훌륭하게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 제자로 살아가는 신자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랑의교회와의 관계성을 고려할 때 은보포럼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소장=은보포럼이 사랑의교회 반대 측에서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의교회 출신이 아닌 배 목사가 대표를 맡은 것 자체가 이를 말해준다. 은보포럼은 한국교회가 옥 목사의 목회철학과 교회론을 계승, 발전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작은 교회를 섬기고 제자훈련을 이어가려고 한다.

배 목사=은보포럼은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국교회가 잘되기 위해 합심하려고 한다. 누구를 반대하거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님의 뜻도, 옥 목사의 뜻도 아니다. 은보포럼은 사랑의교회가 잘되기를 바란다. 사랑의교회는 옥 목사님이 평생을 바쳐 사역한 곳이다. 은보포럼은 사랑의교회가 잘되기를 기도한다.

-올해는 옥 목사 9주기이다. 옥 목사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배 목사=영혼 사랑이다. 이 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대위임명령은 결국 영혼 사랑에서 시작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철저하게 가르쳤다. 그 결과는 세상의 변화이다. 제자훈련엔 실패가 없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제자훈련은 에수님의 명령이기에 실패가 없다. 물론 가룟유다 같은 제자도 있었다. 그러나 가룟유다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훈련이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제자훈련 안에 모든 해답이 있다.

김 소장=옥 목사를 생각하면 히브리서 11장 4절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는 말씀이 항상 생각난다. 옥 목사가 생전에 던진 중요한 주제들이 많았다. 제자훈련을 비롯해 영혼 사랑, 교회 갱신, 중직자들이 갖춰야 할 요건 등이다. 사명을 잃으면 타락한다는 말이 있다. 옥 목사는 평생 주님의 사명을 붙잡으려 했다.

평택=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