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무대의 중심에서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기를 원했던 소녀가 있었다. 높은 자존감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됐고,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고 생각했을 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건을 만난다. 이 일로 인해 그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존재에서 지금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행복을 주는 삶을 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더코어필라테스에서 박민선 원장을 만났다.
박 원장은 어린 시절 욕심이 많고 독립심이 강한 아이였다. “남들 앞에 서는 걸 매우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래서 자라며 내리사랑을 받았던 게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잘나고 싶고, 사람들한테 빛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어요.”
예쁜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던 박 원장은 초등학교 시절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한국무용과 발레 레슨을 받는 친구 모습을 봤다. 그때부터 춤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그 길로 무용학원에 등록해 무용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대학에 진학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오가며 자신에게 맞는 춤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박 원장은 현대무용을 선택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내 마음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규격에 맞춘 것보다는 규격에 맞추지 않은 것, 남들이 안 해서 더 눈에 띄는 그런 매력 때문에 현대무용을 택한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뉴욕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지도교수와 함께 새로운 안무를 탄생시켰고 순회공연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프랑스 르몽드에도 기사가 실릴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석사를 마치고 박사학위를 밟으려는 데 뜻밖의 일이 찾아 왔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춤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고 춤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했던 그는 주치의로부터 춤을 추기 힘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한동안 절망감에 빠져 지낸 그에게 주치의는 재활치료로 필라테스를 권했다.
“당시엔 ‘필라테스로 재활이 되겠어’ ‘단순히 운동하는 거 아니야’라고만 생각했어요. 막상 가서 해보니까 재활도 하고 운동도 하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필라테스에 눈을 뜨게 됐고, 내가 다시 무용을 하게 되더라도 이건 꼭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필라테스의 효과를 직접 체험한 박 원장은 몸이 회복되면서 무용을 할 수도 있었지만 필라테스를 배우는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 “자격증을 따서 한국에 돌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미국에서 자격증을 따려면 큰 비용이 들었는데 한국에 돌아가 어려운 아이들이나 소외층에게 널리 보급하고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처럼 무용을 했던 분들이 필라테스에 대해서 알면 부상위험도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필라테스의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가 운영하던 뉴욕 필라테스 스튜디오로 찾아가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고 스포츠센터에 취직해 6년간 경험을 쌓았다. 아픈 사람을 병원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며 실력을 인정받게 됐고,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운동하면서 밤 10시까지 일했다.
“2008년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생각을 할 때쯤 알고 지내던 선배 언니가 먼저 한국에서 필라테스를 전파하고 있었어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많은 연예인들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배에게 사정이 생겨 제가 맡게 됐는데, 그 때쯤엔 이미 필라테스가 유행이 지난 게 아니냐며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었어요. 다시 필라테스를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요가 선생님들을 초청해 3개월간 프리레슨을 시작했습니다. 레슨을 받았던 분들이 효과를 보게 되고 소문이 나면서 다시 회원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박 원장은 필라테스가 재활에서 시작됐다고 하지만 그 방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박 원장이 직접 만들어낸 방법과 원리를 가지고 PMS 이론을 만들어 냈다. PMS(Pilates-Mobility-Stability)는 필라테스로 팔다리를 움직여 몸의 안정화를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박 원장은 이 재활필라테스 이론을 가지고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10년부터는 필라테스 교육을 통한 지도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박 원장은 필라테스가 재활치료에 탁월한 만큼 국가에서 인정하는 의료 범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라테스의 효능을 전하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물리치료학과에 입학해 물리치료에도 필라테스를 적용해보려고 한다.
필라테스를 알리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일까. 그의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암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자는 겁니다. 그랬더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더라고요. 제가 지금 공부를 해야 하고, 시간은 부족하고, 몸도 여유치 않잖아요. ‘모두 하나님께 맡길 테니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세요’라고 매일 이렇게 기도드립니다.”
글·사진=임용환 드림업 기자 yhlim@dreamu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