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을 둘러싼 두 시선, 야당 “저격수를 저격하라” 중기부 “센 장관 대환영”

입력 2019-03-11 04:02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인사청문회 준비차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온 중기부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정부 2기 내각에서 안팎으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다. 우선 야권에서는 박 후보자가 과거 ‘재벌 저격수’ ‘청문회 스타’ 등으로 활약한 만큼 본인도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기업청에서 격상한 중기부가 그동안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는데 여당의 ‘억센’ 중진 의원이 장관으로 오면 ‘힘 센 부처’가 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박 후보자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재벌 공격에 앞장섰다. 2004년 국정감사에서 삼성가의 증여세 문제를 제기했고, 삼성을 겨냥한 금산분리 강화 입법에도 앞장섰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국민이 알뜰살뜰 모은 국민연금을 이용해 본인의 승계에 이용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게 어떻겠느냐”고 몰아세웠다. 앞선 인사청문회에서는 천성관 검찰총장,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소·벤처기업계는 박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규제에 힘써온 이력과 여당 중진으로서의 무게감이 더해져 정책 추진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박 후보자가 당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과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중기부 장관으로서 박 후보자의 역량을 문제 삼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인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실상을 제대로 알고 대책을 세울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청문회에서 상대방을 공격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본인은 그런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강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도 예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는 대북 제재,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분이다. 정부가 김 후보자를 내정했다는 것은 한·미동맹 결별 수순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자질 검증 부분에 있어서 가장 이의제기를 할 후보자”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적 수단이다” “사드 배치로 나라가 망한다”고 한 발언이 조명되면서 보수 야당의 반발을 샀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CJ ENM 사외이사를 지내며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는 점이 청문회에서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관 후보자들의 지역색을 두고서도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장관 후보자들의 출생지를 밝히지 않으면서 “출신 지역이라고 하는 것이 객관적이지도 않다. 그곳에서 태어나서 오랫동안 성장해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출생만 하고 성장은 다른 곳에서 해온 분들도 많다. 불필요한 논란을 끌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 고교 중심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호남 출신이 없다는 당초 청와대의 발표와 달리 7명 중 3명이 호남 출신이다. ‘거짓 탕평 인사 쇼’”라고 지적했다.


7명의 장관 후보자 모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청문보고서 중 일부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만 8명인 만큼 청와대의 부담도 상당한 상황이다.

심희정 문수정 심우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