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례대표 폐지·의원정수 270명으로 감축’ 제안

입력 2019-03-10 19:03 수정 2019-03-10 21:41
나경원(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부하고 ‘비례대표 폐지, 의원정수 270석’을 당론으로 제시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제도를 폐지하고 국회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10% 줄이는 내용의 선거구제 개혁안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압박하자 뒤늦게 자체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개혁안을 둘러싼 한국당과 나머지 여야 4당 간 입장차가 커 선거제 개혁 합의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을 배제하고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추진을 위한 논의를 가속하기로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과 회의를 열고 “내각제 개헌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대통령제 하에서라면 국민 요구에 따라 의원정수를 10% 감축하자는 것이 저희 안(案)”이라며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지역구 의원을 늘릴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가 공개한 선거제 개혁안은 지역구 의석을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현행 47명에서 75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한 민주당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과 의석수 100% 일치)를 주장해온 바른미래당 등의 입장과도 상충한다. 민주당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함께 도입하자고 제안한 석패율제(가장 높은 득표율로 떨어진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나 원내대표는 “이 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덮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의미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당 개혁안에 대해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개혁안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방해하기 위한 훼방 안”이라며 “국민 요구를 근거로 의원정수 감축을 주장하면서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억지”이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도 “국민의 정당 선호에 대한 민의보다는 당리당략만 노린 계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례대표 전면 폐지 등 한국당 개혁안의 내용 일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양당이 선거제 개혁 방향을 두고 정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내년 총선 전 선거제 개혁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전망했다.

여야 4당은 “이제는 임계점이 지났다”며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위한 선거제 개혁안 단일안 도출에 본격 착수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앞서 한국당이 개혁안을 발표하기 전 오찬 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 논의는 한국당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장치”라며 “가급적 패스트트랙보다는 여야 협상과 합의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개혁안 발표 직후 “한국당의 선거제 제안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이번 주 안에 패스트트랙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간에도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입장차가 작지 않아 단일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추진에 의원직 총사퇴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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