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릴레오’가 국정홍보처인가

입력 2019-03-11 04:01
조국(왼쪽)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9일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청와대와 내각, 여당의 고위직들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대내외 국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 영향력이 큰 ‘빅마우스’를 빌려 여론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지층만을 상대로 하는 방송에서 왜곡되거나 불합리한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9일 밤 12시에 공개된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조 수석은 “(청와대와 정부가) 공수처를 만들어 야당을 탄압할 것이라는 주장은 아주 황당한 주장”이라고 포문을 열면서 “공수처를 만들면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할 것이고 수사 대상에는 청와대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차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최근 국민청원에 답하면서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 대한 조롱”이라고 반발했었다.

조 수석은 알릴레오에서 “제 답변 뒤에 야당이 ‘국회의원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게 옳다’고 반발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으니 국회의원이 (수사 대상에) 포함되도록 야당이 해 달라”고 말했다.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켜놓고는 그 결과에 대해 오히려 ‘다행’이라고 언급하며 또 한번 희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지난 1월 알릴레오에 출연해 일자리 및 경제 상황을 적극 변호했다. 정 수석은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는 꽤 성과가 있었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10년 만에 10%대로 줄었다. 최저임금의 효과다” “우리나라는 일자리 예산이 부족한 나라다” “최근 보도를 보면 ‘기승전 최저임금’으로 간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호조와는 거리가 먼 상황을 청와대 입장에서 애써 변호하는 내용뿐이었다.

알릴레오에는 청와대 수석뿐 아니라 내각과 대통령 외곽 참모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알릴레오에 출연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알릴레오에 나와 북·미 회담 관련 전망을 잔뜩 풀어놓았다.

알릴레오 출연 러시를 두고 국정 운영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비제도권 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선전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알릴레오는 더불어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이 주된 시청자다. 정책설명회나 공식 언론 발표,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책임지고 설명하는 모습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찬반 이견이 첨예한 정책 이슈를 놓고 정권에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알릴레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얼굴을 알리려는 친노·친문 인사의 홍보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