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에서 ‘총선 기획자’로 돌아오는 문재인의 남자 양정철

입력 2019-03-11 04:02

‘문재인을 만나 문재인으로 살았다’고 말해 온 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사진)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정치권에 복귀한다. 무대는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다. 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총선 전략을 기획하고, 인재영입 등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잊혀질 권리’를 달라며 해외를 유랑한 지 약 2년 만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0일 “지난주 초 양 전 비서관이 이해찬 대표를 따로 만나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5월 중순부터 임기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양 전 비서관과 가까운 전해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양 전 비서관이) 일을 해야 되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일을 하라’고 권유했다”며 “당에서 중장기 전략도 짜고, 총선에서도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현재 게이오대 방문교수로 일본에 체류 중이다. 임기를 마치는 다음 달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비서관이 5월에 원장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2년 만에 정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당 지도부의 핵심 의원은 “양 전 비서관이 통화에서 ‘내가 당에 가서 할 일이 있을까요’라고 묻기에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사람이고, 당에서도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활동할 공간이 있다고 하니까 유의해서 듣더라”고 전했다.

양 전 비서관은 전해철 의원, 이호철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3철’로 알려진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해 대선 2번, 총선 2번, 당대표 경선을 거치는 동안 늘 곁에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 5월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겠다”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의 마지막 공직은 노무현정부 비서관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뉴질랜드 미국 일본 등 해외를 전전했다. 당내에서도 “양 전 비서관이 해외를 떠돌면서 힘들어했다”는 말이 많았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중반기로 가면서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갈 경우 어떤 직책을 맡더라도 ‘최고 실세’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아무 역할 없는 야인 생활을 이어가기엔 ‘비선’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여당 싱크탱크 원장이 양 전 비서관이 복귀하기엔 맞춤 직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당에 있을 땐 김 지사를 통해 청와대에 할 말을 전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역할이 없다”며 “김 지사만큼이나 양 전 비서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당청 소통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 전 비서관의 의원직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직접 선거전을 뛰어야 하는 지역구보다는 총선의 전체 그림을 그린 뒤 비례대표 자리를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