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풀기, 소비는 약발·투자는 헛발

입력 2019-03-10 18:48
사진=게티이미지

문재인정부의 ‘과감한 나랏돈 풀기’는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현재 재정정책은 예산을 투입해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강화한다는 기본 뼈대를 갖고 있다. 재정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부양’의 불쏘시개도 돼야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국내총생산(GDP) 증가→국가채무 비율 감소 등 나랏돈 여력 확보→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재정지출은 경제성장률을 방어했다. 2.7%라는 연간 성장률에서 정부는 0.9% 포인트라는 큰 몫을 기여했다. 다만 쏠림이 나타났다. 정부지출의 ‘성장률 끌어올리기’는 건설·설비(정부투자)보다 인건비(정부소비)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정부는 지난해와 반대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 움직임을 감안하면 정부투자의 약발이 반감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부문 지출(정부소비+정부투자)은 성장률을 0.9% 포인트 밀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소비의 기여도는 0.9% 포인트, 정부투자는 0.0% 포인트였다. 정부소비가 고군분투한 셈이다. 지난해 정부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2006년(1.0% 포인트)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GDP는 소비와 투자, 정부구입, 순수출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정부구입 중 정부소비는 인건비, 경상경비, 사회보장현물수혜 등으로 이뤄진다. 정부투자는 건설투자,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등이다. 문재인정부가 확대하고 있는 기초연금 확대 등 현금성 복지 지출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돈이 이전된다고 보기 때문에 GDP 구성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난해 정부소비 성장 기여도가 높았다는 것은 나랏돈 지출이 공공부문 인건비 지출과 건강보험 지출 확대 등에 쏠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SOC와 설비 투자는 예산 투입 규모가 줄면서 성장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부소비에 쏠린 재정정책은 문제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여건을 볼 때 정부소비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경기 상승과 침체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쳐 있다. 경기 상승과 하강의 변동폭이 좁다. 이럴 때엔 정부투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기 순환에 따른 재정정책의 시간변동 효과 측정’ 보고서에 따르면 ‘저변동기’에 최대 재정승수 효과는 정부소비가 정부투자보다 3.4배 컸다.

때문에 정부의 올해 재정정책을 두고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정부는 지난해와 달리 재정을 투입하는 SOC 사업에 예비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 하강 국면에선 재정정책 효과가 크지만 정부투자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현재와 같은 저변동기에는 민간과 경쟁이 덜한 정부소비가 정부투자보다 다소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