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접수한 ‘극강’ 현대모비스, 단 하나의 빈틈 ‘실책’

입력 2019-03-10 18:18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이겨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가진 행사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KBL) ‘절대 1강’ 울산 현대모비스가 통합 우승까지 꽃길만 걸을까. 시즌 개막 전부터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꼽혀온 현대모비스는 예상대로 프로농구 최다인 7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일부 부상 선수의 이탈로 잠시 흔들리기는 했지만, 견고한 팀 조직력과 뛰어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코트를 평정했다. 현재로서는 현대모비스의 통합우승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지만 단기전의 특성상 한 번의 방심과 실수는 곧바로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유일한 오명인 실책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현대모비스가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현대모비스는 압도적인 행보를 보이며 50경기(39승 11패) 만에 리그 1위를 확정했다. 양동근 함지훈 이대성 이종현 등 기존 주축선수들이 건재한 가운데 포지션별로 가세한 ‘새 얼굴’들이 전력을 극대화했다. 2014-2015시즌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던 라건아는 친정에 돌아와 골밑에서 센터 이종현과 트윈타워를 구축했다. 단신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는 외곽에서 준수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지표로도 화려하다. 모비스는 리그 평균 득점 86.9점, 43.4리바운드, 19.7어시스트, 2점슛 성공률 55.9%(이상 1위) 등 주요 지표에서 최상위를 장악했다. 반면 상대에게는 77.4실점, 36리바운드, 14.5어시스트, 2점슛 성공률 47.6%(이상 최저 1위)만 허용했다.

큰 위기도 없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9일 우승 직후 “지난해 12월 무릎 부상으로 시즌아웃이 된 이종현에 이어 양동근 이대성 등이 다쳤을 때가 최대 위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주전급 식스맨’ 박경상, ‘고졸 루키’ 서명진의 알토란 활약을 앞세워 이들의 공백을 메웠다. 슈터 문태종(44) 오용준(39) 등 베테랑들도 힘을 보탰다. 올 시즌 가장 긴 연패는 2연패에 불과했다. 적절한 용병술로 고비를 무난히 넘긴 ‘만수’ 유 감독의 리더십은 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완벽에 가까운 팀의 유일한 불안요소는 실책이다. 현대모비스는 경기당 평균 12.9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이는 리그 최다다. 한 템포 빠른 공격을 펼치다 상대방에 뺏기는 등 실수가 잦았던 것이다. 유 감독은 “시즌 초 턴오버가 많아 고민이 컸지만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점차 시행착오를 줄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의 특성이다. 경기나 시리즈 흐름이 작은 요인으로 단숨에 바뀔 수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가 서울 SK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2승을 선점한 뒤 손쉽게 우승컵을 안을 줄 알았다. 하지만 3차전에서 에이스 디온테 버튼의 퇴장과 윤호영의 판단미스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패배한 뒤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내리 4연패, SK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줬다.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현대모비스가 염두에 둬야할 부분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