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용 인공혈관 바닥… 정부, 고어社 찾아간다

입력 2019-03-10 19:09

소아심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혈관이 제조업체의 한국시장 철수로 바닥나자 정부가 이 업체의 미국 본사를 찾아 공급 재개를 요청하기로 했다. 제조업체인 고어사(社)는 1년5개월 전 인공혈관의 수가가 낮다며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 정부는 이 업체의 요구대로 수가를 인상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델라웨어주 뉴어크에 있는 고어사 본사를 긴급방문해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재개를 요청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고어사는 지금까지 식약처의 접촉을 거부해 왔다.

소아심장 수술용 인공혈관을 독점 판매하는 고어사는 수가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7년 10월 국내에 제품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소아용 인공혈관 재고가 떨어졌고 심장 수술을 못 받는 아이가 여럿 생겼다. 복지부는 인공혈관 재고가 있는 병원이 재고가 없는 병원을 지원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식약처는 지난 2월 8일 고어사에 인공혈관 공급 재개를 촉구했고 고어사는 한 달 뒤인 지난 8일 “타사 대체품이 존재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대한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심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혈관은 고어사 제품 외에 대체품이 없다. ‘폰탄수술’로 불리는 우심방-폐동맥 우회술에는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 재질의 10㎜ 이상 인공혈관이 필요한데 이는 고어사만 생산한다. 같은 길이의 타사 제품은 재질이 달라 사용이 불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필수치료재료의 경우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작년 9월 관련 기준을 개선했고 고어사와 협상 주체인 식약처에 이런 사실을 전달토록 했다”며 “고어사가 철수할 당시 남겨놓은 2개 품목은 기존 가격 대비 50% 인상했다”고 말했다.

고어사가 국내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과정에 불만이 있었다는 지적과 관련해 식약처는 “국내 기준이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3년 주기로 갱신심사를 하는데 매년 심사하는 유럽엔 인공혈관을 계속해서 공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고어사가 제품 공급을 중단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