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23년 만에 다시 ‘5·18 광주의 진실’ 앞에 선다

입력 2019-03-10 19:26 수정 2019-03-10 23:05
경찰 관계자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1996년 이후 23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된다. 윤성호 기자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11일 광주 법정에 서게 돼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5·18단체들은 차분하고 성숙한 대응을 다짐하면서 전 전 대통령은 광주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10일 “전씨는 갖은 핑계로 재판에 불출석하며 국민을 우롱했다. 39년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해왔다”며 “살아 있을 때 반성하고 참회함으로써 용서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11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는 대책회의를 통해 ‘과격한 대응을 자제하자’는 내용을 각 단체 회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 사거리∼법원 정문까지 그를 비판하는 손팻말 등을 들고 ‘인간띠 잇기’를 진행하고, 법원 정문 앞에는 5월 항쟁 당시 헬기가 떠 있는 모습 등 사진 10장을 전시할 계획이다.

재판은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전 전 대통령이 재판장에 서는 것은 23년 만으로 그는 1995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996년 재판을 받았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5·18광주민주화운동 전후의 상황을 일지 형식으로 보여주는 입간판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당시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고 했고, ‘조 신부는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주장해 5월 단체와 유가족들로부터 고소당했다.

이런 가운데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9년 당시 보안사령부가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목격담을 증언한 조 신부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보관하고 있던 ‘광주사태 시 무장헬기 기총 소사 내용 증언 동정’이란 문건을 공개하고, 해당 문서가 보안사가 조 신부의 동향을 파악해 올린 첩보문서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무장헬기 사격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양심선언이 있다는 설이 조 신부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헬기 사격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한 퇴역 장교의 증언도 문건에 포함돼, 당시 군부가 헬기 사격과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광주=장선욱 김용권 심우삼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