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인 이명 치료에 전류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이 국내 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증상이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이명’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은 외부로부터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소리(윙~, 삐~ 등 사람마다 다양)가 들린다고 느끼는 상태다.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이호윤 교수는 2016년 1월부터 1년간 총 70명 가운데 만성 이명 환자 26명을 대상으로 기존 치료법(약물, 소리, 보청기 치료)과 함께 ‘경두개 직류자극술(tDCS)’을 시행하고 이후 이명에 따른 기능, 정서, 재앙 등 3개 영역 총 25개 문항의 ‘이명 평가 설문지(THI)’를 활용해 기존 치료만 받은 44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경두개 직류자극술을 병행한 환자의 호전도가 일반 치료 환자군보다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재앙에 해당될 정도의 극심한 이명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호전도가 비교군에 비해 3.4배 높은 개선 효과를 보였다.
경두개 직류자극술은 두피에 직류를 흘려 뇌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우울증과 만성통증, 파킨슨병,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자극 부위는 전전두엽(양쪽 이마 끝)과 청각피질(귓구멍에서 위로 2.5㎝, 뒤로 1.5㎝)이란 곳이다.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1~2밀리암페어(mA)의 약한 전류를 20~30분 간격으로 통하게 한다.
이 교수는 11일 “이명은 청각계 문제에서 시작돼 뇌 전체에 영향을 줘 우울증이나 불안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과적 증상을 함께 겪게 된다”면서 “두피에 가해진 전기의 대부분은 소실되지만 일부는 경두개(머리뼈) 밑 대뇌피질 부위를 자극해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번의 전기 자극으로 보통 1시간 정도 짧게 효과가 지속되지만 반복 시행을 통해 점점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6년간 이명으로 고통받다 최근 이 치료법을 접한 직장인 김모(36·여)씨는 “완전히 증상이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치료받은 날 밤부터 차츰 괜찮아지다가 아침에는 확실히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면서 “한번 치료 받으면 7~10일 정도 무난히 지낼 수 있고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개미가 무는 느낌 정도의 약한 전류 자극이어서 대부분 큰 문제가 없지만 간혹 피부 불편감이나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치료를 피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모든 이명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청각과민이 동반됐거나 이명 불편감이 매우 커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이들에게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