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교만해지면 대책없어… 설교 중심 돼야”

입력 2019-03-11 00:01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이사장을 맡은 김지철 전 소망교회 목사가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연구원 강의실 ‘지혜의 숲’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개혁교회의 전통은 오직 성경, 오직 말씀이다. 지난 1월 소망교회에서 은퇴한 김지철(70) 목사가 새로이 ‘미래목회와 말씀연구원(미목원)’을 개설해 이사장을 맡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교회 위기를 설교의 본질 회복으로 풀어야 한다는 김 목사를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미목원의 공개 강의실 ‘지혜의 숲’에서 만났다.

셔츠와 넥타이 위에 생활 한복 저고리를 입은 김 목사는 “매일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5시면 소망교회에 가서 16년간 새벽기도회를 인도했는데, 은퇴 후 두 달간 이를 안했다. 아직도 새벽에 일어나면 좀 이상하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70세 목회 정년 은퇴는 곧 ‘단절’과 ‘전승’을 뜻한다”면서 “가슴이 아프더라도 성도들과 정을 떼러 교회 근처에 가지 않고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게 단절이며, 새로운 목회자들을 만나 말씀과 설교를 함께 나누는 미목원 사역을 하는 게 전승”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의 영적 지도력이 너무 강해서 교만해지면 사실 대책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교회 위기의 본질에 대해 논하다 나온 진단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목회자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선호하다보니 위계를 강조하면서 반발을 내재하다가 목회자 임기말 이런 불만이 곪아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된다”고 했다.

영적 지도력이 강하면 교만해지기 쉽고 교회를 사유화하고자 하는 유혹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하나님의 뒤집기를 만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고아와 과부의 하나님, 낮은 자를 높이고 교만해진 높은 자를 낮추는 일은 성경에 무수히 등장한다. 엘리트와 부유층이 다니는 교회라는 이미지의 소망교회 역시 이 뒤집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전했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김 목사는 위기를 말씀으로 풀자고 했다. 그는 “목회자는 설교자란 본분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목회자가 먼저 설교의 기쁨을 회복해야 성도들이 패배주의적 가치관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그는 “예수님을 자랑하시고, 말씀을 사랑하시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 그걸로 족하다”고 말했다. 설교는 목회자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신학적 예술(Theological Arts)이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데 신학은 인문학 중의 인문학이며 인문학이 풀지 못하는 해답도 가졌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주요 지도자들과 종교개혁 초기 말씀 사역인 ‘프로페짜이’를 같이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스위스 종교개혁가 츠빙글리가 선보인 프로페짜이는 주중에 같은 성경 구절을 목회자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다가 주일에 각자 교회에서 각자 다른 자기의 언어로 설교하는 방식을 뜻한다. 김 목사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후배 목사들과 함께 이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14일에는 ‘한국교회의 미래목회’를 주제로, 4월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역사 속의 한국교회’ 5월 ‘가족, 가장 작은 공동체’ 6월 ‘도시 속의 교회’ 등을 주제로 김 목사가 전문가와 나누는 대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