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랜턴 여사의 헌신이 굉장히 훌륭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해보일겁니다.” 편욱범(사진)이대서울병원장이 밝힌 포부다. 이대서울병원은 ‘스마트병원’을 표방하며 지난달 7일 본격 문을 열었다. 개원 한 달째, 병원의 시작을 다지는 시기에 그는 보구녀관(普救女館) 정신을 되짚었다. 한 선교사가 뿌린 의료의 씨앗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병원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이화의료원의 전신인 보구녀관은 1887년 마리 스크랜턴 여사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 여성병원이다. 편 원장은 “130년 전 스크랜턴 여사가 우리나라 여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한국 의료에 심은 88달러가 지금 우리 병원이 됐다“며 ”이제 세계적인 병원으로 성장해 그 헌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고 했다.
이대서울병원이 지향하는 세계적인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편 원장은 “환자 중심의 첨단 스마트 병원”이라는 답을 냈다. 그는 “국내 많은 대학 병원들이 병상 증설과 새 병원 건립으로 규모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규모의 시대는 지났다”며 “대신 이대서울병원은 새로운 개념의 환자중심 병원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병원 설계단계부터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하고 또 최신 ICT기술과 스마트 진료시스템을 적극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준 병실 3인실, 전체 중환자실 1인실은 국내 대학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감염 위험, 환자 밀집으로 인한 스트레스, 수면 방해, 사생활 노출 문제 등 기존 4~6인실 중심의 다인실이나 중환자실의 단점을 보완한 것. 편 원장은 “환자 배려에 취약한 4~6인실 중심의 다인 병실 구조와 중환자실 등 우리나라 의료문화를 바꾸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최초 시도이기 때문에 효과를 꾸준히 모니터링해서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또 ‘스마트수술실’, ‘임상통합상황실’ 등 첨단 스마트 기술의 도입도 돋보인다. 먼저 스마트 수술실에 들어가는 복강경 시스템, 소작기, 기복기 등 의료장비의 제어와 영상 송출 등 일련의 작업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한 자리에서 정확하고 쉽게 스마트 터치 패널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임상통합상황실(Clinical command center)은 원내 환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중앙에서 환자 감시 장치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모두 국내에서는 이대서울병원이 첫 시도다. 편 원장은 “스마트수술실에는 프리셋(Preset) 기능 등 의사가 편하게 수술할 수 있는 기능이 집약돼있다. 또 수술 중 외부네트워크와 소통할 수 있는 하드웨어도 구축돼있다. 향후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듣고 교류할 수 있는 진료시스템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작 단계인 만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겠다고 했다. 편 원장은 “이대서울병원은 전 구성원이 지난 10년 동안 고민해온 숙원사업이다. 전 세계의 병원을 다니면서 장점만 받아들이려 노력해왔기 때문에 긍지도 있고 사명감도 느낀다”며 “당장은 새롭게 도입한 시스템을 우리 병원에 맞게 잘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개원 후 1년간 이대서울병원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도록 기초를 튼튼히 다지겠다”고 힘줘 말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