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LCC ‘무한경쟁’… 고객 선택권 확대·과당 경쟁 우려 ‘교차’

입력 2019-03-07 19:19

하늘길 무한경쟁 시대가 개막됐다. 국토교통부의 신규 면허 발급으로 저비용항공사(LCC)가 9개로 늘어나면서 항공업계는 소비자 편익에 대한 기대와 과당경쟁에 따른 안전 소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토부는 5일 예상보다 많은 3개 신규 LCC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가격 경쟁 촉진으로 인한 편익 증대, 지방거점 공항 및 항공산업 활성화 등을 기대한 조치다.

더불어 신규사의 저돌적 마케팅과 관광산업 호황 등에 힘입어 LCC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이면 항공업계 전반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희망적 전망도 나온다.

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LCC 운항 편수와 여객수는 지난해 대비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운항 및 여객 점유율 30%대를 가뿐히 넘었다. 신규 일자리 창출 등 항공산업 전반의 선순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 조종사·정비사 등 한정된 필수인력풀을 둘러싼 쟁탈전 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교차하고 있다. 정부가 경쟁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매몰돼 항공사 난립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 부작용은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업계 내에 적지 않다.

7일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규사를 3곳이나 동시 승인한 것은 사실상 조건만 맞으면 허가를 해준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라고 말했다. 향후 유사한 준비를 갖춘 LCC들이 시장에 추가 진입을 원할 경우 업계 상황과 무관하게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토부가 갈수록 안전에 대한 요건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상황에서 숙련된 조종사·정비사가 모자라는 업계 상황상 ‘인력 빼가기’ 시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규 항공사 등장에 따른 경쟁이 촉발되면 1차적으로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항공권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더불어 과거 LCC 등장과 함께 노선 독과점 해소, 서비스 개선 등 부수적 효과를 누린 전례에 비춰볼 때 소비자 편익 증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업계는 국내 항공시장을 일종의 포화상태로 규정하고 과당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안그래도 조종·정비 인력 부족이 심각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형사→LCC’ 또는 LCC 간 인력 빼가기 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항공대란 때 경험했듯 인력 문제는 결국 안전 이슈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과당경쟁으로 내몬 측면이 있어 정부의 면밀한 사후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지방공항에 의존한 수요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과당경쟁 심화 시 LCC 간 인수·합병(M&A) 이슈가 가시화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