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공조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뒷북 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와 정부가 총력으로 중국과의 협의 추진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 측의 냉랭한 태도에 실제 협력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이산화탄소 저감 환경협약’처럼 주변국과 실제 미세먼지 발생 총량을 줄일 수 있는 내용의 ‘빅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환경부는 7일 중국과 함께 비상저감조치 시행 현황 계획을 공유하고 비상저감조치를 공동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양국이 합의한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 공동 구축과 지난달 합의된 인공강우 기술 교류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미세먼지 고농도 시 양국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동시에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합의한 조기경보체계 구축에 대해선 한발 진전된 일로 평가했다.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면서 “중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 그 정보를 가져와서 우리나라 예보에 활용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환경부는 조기경보체계가 내년 본격 운영되기 시작하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2~3일 전 조기경보가 가능해지고 현재의 3일 예보도 7일 예보로 더 일찍 긴 기간의 미세먼지 농도를 예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대책이 미세먼지의 실질적 감축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으로 평가했다. 특히 정부가 인공강우를 주요 대책으로 내세우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중국 역시 2013년과 2017년 미세먼지 해소를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이벤트성에 그쳤고 실험 결과도 발표된 게 없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들어오는 건 전부 한반도가 고기압 아래 있을 때”라면서 “고기압 때문에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인데 무슨 비구름이 만들어지겠나. 실효성이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직접적 조치를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협약이 정량을 줄이도록 각국에 요구하는 것처럼 무역에서 이점을 주고 반대 급부로 배출량 감축을 얻어내는 등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캐나다가 과거 무역 부문에서 양보를 하고 대기질 협약을 이끌어냈듯이 배출량 감축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발 미세먼지 관련 새로운 대책이 없었던 이날 브리핑에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반복했을 뿐 긴급조치 강화대책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세먼지 원인을 놓고 중국 측과 신경전을 벌이는 문제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정확히 어떤 소스를 통해 들어오는지 파악하고, 해당 부분에 저감을 요구하는 단계까지 넘어가려면 연구가 더 뒷받침돼야 한다. 이 부분은 미래적 과제로 남기겠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 당일인 6일 “한국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중국 측 책임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도 “미세먼지에 중국발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강 장관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말한 것인가. 전문가의 분석이 뒷받침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환경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되는 경우 도로 살수차 운행을 확대하고 석탄발전 80% 상한제약 대상을 40기에서 60기로 늘리는 등의 긴급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저유황탄 사용을 확대(0.54%→0.4%)하고 노후 석탄발전 2기(보령 1·2호기)는 추가 조기폐쇄도 검토하기로 했다. 학교나 공공건물의 옥상 유휴공간에 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공기정화설비 시범설치도 추진한다.
조효석 박상은 김승현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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