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이어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합의’에 물음표를 던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제외한 모든 노동단체가 사실상 등을 돌렸다. 사회적 대화 기구라는 문패를 앞세운 경사노위는 동력을 잃고 있다. 사회적 합의의 첫 성과물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열매’를 맺기도 전에 좌초하고 있다.
경사노위 안팎에선 ‘구조적 맹점’이 불러온 결과라고 비판한다.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해 계층별 대표자를 끌어안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탄력근로제 논의 과정에서 계층별 대표자(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자)는 배제됐다. 이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논의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사노위는 7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2차 본위원회를 오는 11일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예정됐던 본위원회는 민주노총 대표를 제외한 위원 17명 중 13명이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다. 다만 세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위원회를 열지 못했다. 안건으로 올라왔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4차 산업혁명 대응,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은 의결되지 않았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불참하면서 근로자 위원 5명 가운데 1명만 참석한 게 문제였다. 경사노위법은 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함께 노사 양측 대표자 과반이 참석해야만 본회위원회 개최가 성립된다고 규정한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불참 이유는 ‘일방적 논의 구조’에 있다. 경사노위는 산하 의제·업종별 위원회에서 합의된 안건을 본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한다.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개별 위원회에서는 문구 하나를 만들 때마다 여러 의견이 쏟아진다. 이 과정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대표해 참여한 이들은 없었다. 정부와 노사 이해관계자, 전문가들만 자리를 차지했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는 90%에 이르는데 이들이 배제된 것이다. 청년을 대표하는 단체인 청년유니온은 성명을 내고 “지난해 11월 1차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다루는 노동시간개선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인이 위원으로 참여토록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되면서 석 달간 혼신을 다해 합의 도출에 힘써온 노사정의 선의와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며 “3개 단체의 조속한 참석을 촉구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3개 안건의 본위원회 의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사노위의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지 않는 한 3개 단체 대표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보인다. 3개 단체는 경사노위의 대표성에 의문을 표시한다. 익명을 요구한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를 경사노위에서 다루는 게 맞는지를 두고 여성·비정규직 단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다만 한국노총, 민주노총 같은 전국 단위 노조 중심으로 노사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세종=신준섭 기자, 강준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