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호 부장판사 ‘보복 기소’ 논란… 檢 “수사정보 유출 혐의”

입력 2019-03-08 04:01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성창호(사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기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데 대한 보복·표적 기소”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당연한 사법절차”라고 맞섰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이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야권 주장의 핵심은 성 부장판사가 법원 ‘윗선’이 자행한 직권남용 범죄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피해자를 범죄자로 둔갑시켜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을 보면 성 부장판사를 단순히 피해자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며 영장 발부 업무상 취득한 정운호 게이트 수사 정보를 정리해 정보 유출을 지시한 상급자인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에게 4차례 보고했다. 특히 계좌추적 영장에 첨부된 수사 자료를 토대로 ‘최유정 변호사는 아직 현직 (법관) 상대 청탁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다른 법관 비리 수사 단서는 아직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했다. 성 부장판사는 수사 기록을 은밀히 직접 복사해 첨부한 뒤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신 전 부장판사를 거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네져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사용됐다.

게다가 성 부장판사는 정보 유출 지시를 받기 전부터 당시 영장전담 판사들과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현직 법관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소장에는 “성 부장판사 등은 사건 연루 법관들에 대한 비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법부의 위신이 추락하는 것을 우려했다”고 나와 있다. 검찰은 당시 성 부장판사가 이 같은 우려를 토대로 범행에 적극 가담했던 거라고 본다. 한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7일 “영장심사 제도 자체를 뒤흔드는 일을 벌였는데 ‘피해자’ 운운하며 죄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다른 법관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왜 성 부장판사가 포함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325건을 행정처로 유출한 최모 부장판사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성 부장판사보다 죄가 가볍지 않은데 최 부장판사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성 부장판사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영장 재판의 정보를 유출하고 행정처 등 윗선의 재판 개입을 용인한 점을 보다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최 부장판사는 유출한 헌재 기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일지 몰랐지만 성 부장판사의 경우 수사 무마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움직였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장판사를 기소하는데 그 주요 공범인 성 부장판사를 어떻게 제외하느냐”고 지적했다.

문동성 안대용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