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지도부 인사들이 올해 각 분야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양회(兩會)에서 ‘고품질 경제발전’을 일제히 강조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경제·산업 구조와 체질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안정적인 성장과 생태환경 보호를 강조하며 ‘고품질 발전’을 거론했다.
7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6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광시장족자치구 회의에 참석해 “올해 중국은 더 많은 위험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공급 측 개혁을 심화하고, 혁신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경기 하방 압력에 대비해 시장 주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합리적인 경제정책 운영과 고품질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감세와 비용 절감을 하고, 민영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채를 감소해 시장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앞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첨단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13% 이상 늘려 첨단산업 육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고품질 발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경제·농업계 위원 회의에 참석해 “올해 중국의 경제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각종 위험과 도전에 맞닥뜨렸다”며 “서로 힘을 모아 고품질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돼 있다”며 “전 당과 민족, 인민이 힘을 모아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 5일 네이멍구 대표단 회의에서 ‘고품질 발전’ 요구에 따라 온중구진(안정 속 발전) 기조하에 안정적인 성장과 개혁 촉진을 당부했다. 그는 생태환경 보호와 오염 퇴지 등도 다시 강조했다. 시 주석은 “생태 보호를 강화하고 오염 퇴치와 예방에 힘써 아름다운 중국을 만들어 달라”면서 “생태 우선주의와 녹색발전 방향으로 고품질 발전 추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오염물질 배출기업을 단호하게 정리하고, 중점구역의 대기환경 종합관리 및 오수처리시설 건설에 속도를 내라”고 했다. 전인대 대표들은 푸른 하늘, 맑은 물, 깨끗한 토지를 지키는 수호전을 끝까지 추진키로 다짐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를 금지하는 외국인투자법이 다음 주 전인대에서 통과될 예정이라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법안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외국인 기업의 내국민 대우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