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확대

입력 2019-03-07 19:30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일감 몰아주기 조사의 ‘과녁’을 재벌에서 중견기업으로 옮긴다. 현재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는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자산 2조~5조원의 중견기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 기업에는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적용할 수 없지만, 계열사 간 부당거래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할 수 있다. 대신 공정위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지난해보다 축소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중견그룹의 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고 7일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는 보통 재벌 총수들이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로 이득을 얻는 행위를 지칭한다.

공정거래법에선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이런 행위를 금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이후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했다.

공정위는 올 상반기 안에 태광·대림·금호·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다른 재벌그룹에 대한 조사는 예년보다 줄인다. 주로 식료품과 급식, 시스템통합(SI), 물류 분야만 들여다볼 방침이다.

반면 중견기업 내부거래 감시망은 확대한다. 내부거래 조사가 재벌그룹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중견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10대 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현장조사를 했는데, 올해 새로운 조사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일부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에는 공정거래법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할 수 없지만, 부당거래를 제재할 수 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제재 여부를 가르는 위법성 판단 기준도 구체화한다. 부당거래를 판단하기 위한 정상가격 기준, 일감 몰아주기 제재의 예외 기준(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을 예규로 만들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특수형태근로자 보호를 강화한다. 이들은 근로자와 사업자 사이에 있어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이들을 사업자로 해석해 공정거래법으로 보호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대상을 캐디,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등에서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업 종사자로 확대한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