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걸(사진)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016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 재판 진행 당시 복수의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에게서 재판 관련 정보를 달라는 청탁을 받은 정황이 7일 드러났다. 이 전 실장은 이들의 이름을 검찰에 진술하지 않고 있는데,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2016년 10월 초 국민의당 의원들에게서 재판 관련 정보를 알려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당시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는 박선숙·김수민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국회의원들은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 등을 알고자 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실장은 2016년 10~11월 서부지법 소속 판사를 시켜 “피고인 측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는다” “유죄로 인정된다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등의 재판부 심증을 파악했다. 이 전 실장은 파악한 내용을 청탁한 국민의당 의원 모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선전했지만 그 직후 터진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국민의당은 박 의원 등을 기소한 검찰을 강력 비판했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소속 의원들이 이 사건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검찰은 이같은 상황에서 이 전 실장과 친분이 있었던 국민의당 의원들이 재판 정보를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이 의원들이 누군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인 박선숙 의원은 “어떤 청탁도 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실장은 청탁을 해 온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누구인지 검찰에 진술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향후 이 의원들을 뒷배로 삼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도 2016년 8월 노철래·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 재판을 선처해 달라고 청탁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검찰에 진술하지 않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며 “이 전 실장, 임 전 차장이 검찰에 입을 여는 순간 청탁한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이 이들에게 ‘의리’를 지켜 법관 탄핵 논의 과정 또는 재판 과정에서 유·무형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