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재차 촉구했다.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고, 근로자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의한 가장 기본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핵심협약 비준 논의도 순탄치 않게 됐다.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5년간 굉장히 오랫동안 실증 연구가 이뤄졌고 핵심협약 비준이 고용이나 성장, 무역 등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핵심협약 비준이 근로자의 단결권과 행동권을 강화해 국가 경제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이어 유럽을 중심으로 무역문제를 다룰 때 상대국의 근로자 보호 등 도덕적 가치를 고려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핵심협약 비준 지연이 통상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한국 정부에 비준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한국은 1991년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결사의 자유(제87·98호)와 강제노동금지(제29·105호) 협약이다. 비준을 미루는 것은 일부 국내법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87호 협약은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법과 부딪힌다. 98호는 노조 전임자에 급여 지급을 금지한 조항과 어긋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비준 전에 국내법을 손질하자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이 논의를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1월 공익위원안을 내놨지만 노사 모두 불만을 표시한다. 경사노위에서 노사 간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어 핵심협약 비준 논의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