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상업영화 향한 두 시선… “관심 환기” vs “시기상조”

입력 2019-03-08 00:10
세월호 참사를 다룬 상업영화들이 잇달아 개봉을 앞뒀다. 사진은 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영화 ‘생일’ 한 장면. NEW 제공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그날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영화 두 편이 스크린에 걸린다. 한데,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들 작품이 ‘상업영화’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그날, 바다’ ‘눈꺼풀’ ‘봄이가도’ 등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저예산 독립영화는 여러 편 선보여졌다. 그러나 상업영화에서 다루기는 처음이다.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반기는 의견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부모가 아이의 생일날, 그와의 추억들을 되짚는 이야기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주연으로 나섰고.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를 지낸 이종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가족 인터뷰를 거쳐 작품을 준비했다는 이 감독은 “나 또한 시기적으로 빠르지 않나 싶었지만 (단원고 소재지인) 경기도 안산에 머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우리가 더 많이 주목하고 공감하는 것이 그분들께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선균 주연의 영화 ‘악질경찰’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오는 21일 개봉하는 범죄물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일부 에피소드의 모티브로 차용했다. 비리 경찰이 폭발사고 용의자로 몰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주인공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가 언급된다.

제작진은 일부 부정적 여론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은 실제 사건과 연관성이 적다”고 선을 그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선균은 “세월호 참사를 장르적으로 이용했다는 말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영화의 규모가 평가의 잣대가 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중요한 건 소재를 다루는 태도라는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제작비 규모에 따라 소재를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드는 이의 시선에 따라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상용 영화평론가는 “각 영화에 대한 개별적 평가가 쌓여 관련 논의가 진행되면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면서 “여러 차원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래야 사회가 그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