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집을 모셔라… 가정간편식 업계, 경쟁 치열

입력 2019-03-07 21:04
사진=게티이미지

직장인 이시혁(35)씨는 며칠 전 집근처 대형마트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대학 시절 대만 여행 때 야시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쭈간지’(대만식 훈제 닭구이)를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7일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 사봤는데 맛도 그럴싸해 놀랐다”며 “쭈간지를 마트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강릉 야시장 오삼불고기, 홍천 야시장 고추장삼겹살, 대구 유명 중화비빔밥 등. 국내 유통·식품업계의 ‘맛집 스카우트’ 열기가 뜨겁다. 업계는 지역별 야시장 명물 안주와 유명 맛집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전 세계로 스카우트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다.

아워홈 ‘대만식 오븐닭구이’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지난달 안주용가정간편식 ‘야시장 안주 시리즈’ 4종을 선보였다. 강릉지역 야시장에서 즐겨 먹는 오삼불고기를 간편식으로 구현한 ‘강릉식 오삼불고기’, 홍천 야시장 화로구이 골목의 고추장삼겹살을 재현한 ‘홍천식 고추장삼겹살’, 대만 야시장 유명 안주 쭈간지를 모티브로 한 ‘대만식 오븐닭구이’ 등이다.

대상 청정원 ‘구복 왕교자’

대상 청정원은 2017년 ‘집으로ON’을 론칭하고 ‘불고기브라더스’과 ‘팔선생’ 등 유명 맛집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데 한창이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식 만두 맛집인 서울 용산구의 ‘구복만두’와 광진구의 ‘빠오즈푸’와 협업해 전통 중국식 비법을 담은 ‘집으로ON 구복왕교자’와 ‘집으로ON 빠오즈푸 육즙만두’를 출시하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구복만두의 경우 중국 상하이 출신 주인이 가문에서 내려오는 200여년 된 레시피를 통해 만두를 만들고, 빠오즈프 역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담아 만두의 식감과 감칠맛을 모두 살린 만두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도 지역별 명물 안주와, 유명 맛집과 협업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3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HMR 시장 선점에 뛰어들었다.

이마트 ‘피코크 잭슨피자’

이마트는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유명 피자 맛집인 ‘잭슨피자’와 손잡고 ‘피코크 잭슨피자’ 3종을 출시했다. 잭슨피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식 피자 전문점이다. 주목할 점은 피코크 잭슨피자에 사용할 도우를 펴는 공정 이외에는 이태원 매장과 동일한 수제 방식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잭슨피자의 맛을 수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업체를 7개월간 찾았다”고 강조했다.

세븐일레븐 ‘불볶음짬뽕덮밥’

세븐일레븐도 대구지역 인기 먹거리를 벤치마킹한 ‘불볶음짬뽕덮밥’을 출시했다. 불볶음짬뽕덮밥은 해산물과 돼지고기, 각종 채소를 매콤한 볶음 짬뽕 소스로 볶아낸 도시락이다. 진한 불 맛과 함께 매콤한 맛을 내며 덮밥 위에 계란후라이를 얹어 함께 비벼먹을 수 있도록 했다.

HMR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 간 경쟁은 올해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HMR 시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약 20% 성장한 3조8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