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6일 법원의 조건부 보석 허가 제안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재판 내내 수척했던 모습과 달리 구치소에서 나올 때의 걸음걸이는 힘찼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5분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을 시작했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항소 요지를 들은 재판부는 보석 허가 결정 이유를 설명한 뒤 주거지 및 통신·접견 대상 제한 등 조건을 제시했다. 재판부가 변호인과 상의할 시간을 준다며 10분간 휴정하자 구치감으로 들어가는 이 전 대통령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조건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증인 이런 사람들은 제가 구속되기 이전부터도 오해의 소지 때문에 하지(만나지) 않았다”며 “철저하게 공사를 구분한다”고 강조했다. 보석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을 떠나 구치감으로 이동하는 이 전 대통령 곁으로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 지지자들이 몰려들자 그는 “지금부터 고생이지”라고 말하며 옅게 웃었다.
오후 3시46분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올 때 이 전 대통령은 경호원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차량에 탑승했다. 바닥을 보며 벽을 짚고 걷는 등 불편했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랐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구치소 앞에 나온 측근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논현동 자택에 도착한 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찾아왔지만 접견 제한 조처 등에 따라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자택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한편 법원의 보석 허가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서울보증보험에서 10억원의 1%인 수수료 1000만원을 내고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은 동결돼 아들 이시형씨가 수수료를 대신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증금 10억원을 현금으로 내면 재판이 끝나고 전액을 찾아갈 수 있지만 보증서를 사서 갈음할 경우 보증보험 비용으로 쓴 1000만원은 재판이 끝나도 돌려받을 수 없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