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사르탄’ 사태 이후 건강보험재정손실분 환수에 아직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수처분의 진행을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처분결과가 나와야 하는 데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는 이유다.
작년 7월 중국 제지앙 화하이가 공급한 고혈압치료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가능물질인 NDMA(N-Nitrosodimethylamine,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 54개 업체 115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 판매중지와 제조 및 수입 중지를 조치했다. 해당 조치 이후에도 대봉엘에스 등에서 공급한 원료에서 NDMA 검출, 사르탄 계열의 로사르탄 제품에서 또 다른 발암가능물질인 NDEA가 검출됐다. 기존에 판매 중지된 115개 품목에서 60개 추가돼 회수 대상만 175개에 달해 실제 제품을 회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보건당국은 당시 문제가 된 고혈압약을 복용한 환자들이 다른 약으로 재처방을 받았을 때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에 대해 제약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지난해 9월 정부의 입장이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 의 내용을 토대로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제약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약국 청구가 마무리되는 지난 연말까지 손해에 대해 파악해 본격적인 소송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소송에 대한 건보공단의 준비는 자료수집 등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은 식약처의 처분이 마무리돼야 그 처분을 토대로 공단에서 환수처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건보공단 관계자 “식약처에 지난해 12월14일 발사르탄 사태 관련 자료를 요청해 (같은 달) 22일에 전달받았다. 전달받은 자료에 제약사에 대한 처분내용이 부족해 손실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자료를 바탕으로 재정손실액을 확인하고 처분결과에 따라 소송을 걸 제약사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건보공단으로부터 의뢰받은 자료 중 줄 수 있는 자료는 우선 전달한 상황”이라며 “처분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체가 많다 보니 시간이 조금 걸리고 있다. 언제 처분 조치가 마무리될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해 지난 12일 에스티팜과 한서켐에 대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제조업무 정지 행정처분은 각각 1개월, 15일이었다. 식약처는 “타 업체에 대한 조사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만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료의약품 및 제네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3월 말까지 6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원료의약품 특별감시 집중 점검을 진행한다. 또 지난해 12월 약사법을 개정해 해외제조소 등록 제도를 도입했다. 등록된 해외제조소에 대한 실사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난립하는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규제도 이어진다. 식약처는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 시 원제조사 1곳에 위탁제조사 3곳으로 제한하는 1+3 제도를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공동 생동성 시험 폐지를 추진하기로 지난달 27일 결정했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