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 등을 위한 청문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제주도와 병원 간 소송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제주도청에서 “개설허가를 한 후 3개월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을 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녹지측이 개원 법정 기한인 4일을 넘길 경우 의료법에 따라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제주도는 그간 녹지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삭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한 사실, 제주도 현지점검을 위한 병원 출입을 제한하는 등 공무집행을 기피 등을 열거하며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불과 90일 전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태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발표할 때부터 현재의 논란은 예고돼 있었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지난달 26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제주도의 개설 허가를 존중해 개원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며 개원 기한 연장을 요청했었다. 이튿날인 27일 기자가 방문한 병원은 제주도 서귀포 헬스케어타운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병원 주요 출입구는 굳게 잠겨 있었다. 창문도 가림막으로 내부를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 이날 오후 보건의료노조가 건물을 에워싸고 항의 집회를 진행했지만, 병원 관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병원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승용차가 세워져 있어 여러 직원들이 병원 내부에 있음을 추정케 했지만, 어렵사리 만난 병원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언론과 만날 병원 사람은 없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이날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는 병원 현지점검을 진행코자 했지만, 병원 측은 시 관계공무원의 병원 출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원 지사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조건부 개설허가를 통해 공공의료체계를 흔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 90일간 국내 의료계에서 이 사안을 둘러싼 깊은 갈등과 병원을 운영하는 녹지그룹의 행정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원 지사의 공언은 사실상 공염불로 돌아갔다.
갈등의 봉합도 미지수다. 병원 측은 현재 제주도에 제기한 행정소송에 개설 허가 자체를 취소하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녹지 측이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붙일 수 없다. 내국인 진료 제한을 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제주도의 청문 취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아직 제기되지 않았지만, 청문 절차에 최소 30여일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사이 녹지국제병원 측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만약 토지주들이 토지 반환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면 소송전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원 지사는 영리병원 개원 불허를 권고한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오늘의 영리병원 ‘판도라의 상자’를 연 장본인”이라면서 “즉각 청문 돌입에 이어 투명하게 청문절차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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