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의료용 대마 수입 허용, 100㎖에 165만원… 낱개 판매 불가

입력 2019-03-10 17:54
12일부터 자가치료용 대마 성분의 의약품 수입이 가능해진다. 대마에서 추출한 칸나비디올(CBD)이 주성분인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Epidiolex)’의 가격은 100㎖ 병당 165만원이다.

수입 공급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가능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미성년자인 경우 보호자의 대리수령이 가능하다. 향후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거점약국을 활용해 공급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영택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정책과장에 따르면 국내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뇌전증 등 희귀·난치 환자들은 자가치료를 목적으로 해외에서 허가돼 시판 중인 대마성분 의약품 4종을 수입할 수 있다. 신청수량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필요한 분량만큼 처방할 수 있다.

대마성분 의약품 사용 오남용 또는 불법유통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 방지를 위해 환자는 식약처의 취급승인에 따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약을 받을 수 있다. 낱개판매가 불가하기 때문에 진단서에 기재된 용법용량 및 투약기간 등을 고려해 수량을 신청해야 한다.

그동안 환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공급 방식’도 개선했다. 우 과장은 “(마약인) 대마성분 의약품이기 때문에 불법유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희귀센터를 방문해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거동이 어렵거나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가 대신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지역 거점 약국들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은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수급관리부 부장은 “아직 약사회 측과 논의 중이지만, 지역별 거점 약국을 활용해 지방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내용이 확정되기 전까지, 적어도 3월 말까지는 대리수령도 가능하니 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센터는 제도가 시행되는 3월 12일 인천공항에 약이 도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물량확보는 돼있는 상태다. 한번에 1000병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고, 가격은 한 병당 165만원으로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에피디올렉스의 경우 1병 포장단위가 100㎖이고, 1일 2㎖를 복용한다면 50일 간 투여가 가능하다.

한편 환자들은 국내 수입이 가능한 의약품이 한정돼 있고, 그마저도 고가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입장이다. 강성석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대표는 “캐나다 등에서는 CBD오일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일반 상점이나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리도 건강기능식품처럼 수입해 팔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희주 한국뇌전증협회 사무처장은 “대마성분 의약품 수입 허가 소식에 협회는 저소득층 환자들의 치료비 지원을 위해 몇 달간 힘들게 재원을 모았다”며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희귀 난치질환자 지원을 위해 비급여 의약품의 신속한 급여 등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대마성분 의약품은 제도 시행 전 급여 관련 시스템이 미리 마련돼 있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우영택 마약정책과장은 “CBD오일에 환각·중독 작용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오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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