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들이 특정 지역에서만 발행하고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앞다투어 발행하고 있다. 지폐처럼 종이에 인쇄된 형태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모바일머니나 QR코드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영업자 매출증대를 위해 지자체 별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올해 2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목표로 발행액의 4%에 해당하는 800억원을 국비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만 전국적으로 116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페를 발행한다.
지역화폐는 말 그대로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한 화폐를 말한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역자금 역외유출을 방지하는 순기능을 갖는다. 자금이 지역에서 유통되는데다 지역 바깥에선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통시장이나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반기고 있다. 소상공인의 매출증대와 침체한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 내 대형마트나 백화점, SSM(기업형 수퍼마켓), 사행성 업소 등을 제외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가맹점으로서도 카드수수료 부담 없이 새로운 매출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전통시장과 가맹점을 찾아 지역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지역내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지난 4일부터 제천 지역화페인 ‘모아’를 본격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모아는 모두 2종(5000원권·1만원권)이다. 시는 올해까지 100억원 규모의 모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모아의 유효기간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다.
시는 현재까지 상점, 병원, 학원 등 4000곳과 가맹점 협약을 맺었다. 사용자는 관내 농협이나 우체국, 새마을금고, 신협 등 17개 금융기관에서 모아를 구매한 후 ‘모아’ 가맹점 스티커가 부착된 업체에서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은 카드수수료 부담 없이 새로운 매출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내토시장에서 족발을 팔고 있는 박모(62)씨는 “지역화폐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는 지역화폐의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모아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주민이나 공무원 등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 및 포상금 등을 모아로 지급한다. 시가 운영하는 공공·관광시설 등 입장료를 상품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선 제천지역 기업에 정착한 청년 취업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 200만원을 모아로 지급키로 했다. 시는 또 3만원 이상의 구매자를 대상으로 경품 추첨을 통해 매월 10명씩 100만원 상당의 해외여행상품권도 지급할 방침이다.
한국조폐공사가 만든 모아는 숨겨진 그림인 은화와 숨겨진 선인 은선 등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다양한 보안요소가 포함돼 위변조 등 불법 유통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또 모바일 모아는 스마트폰 앱으로 구매해 QR코드 등을 통해 가맹점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제천화폐 모아의 발행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당기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모두에게 공감하고 사랑받는 제천화폐를 만들어 희망의 경제도시 제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동군도 지난달 20일부터 지역화페인 ‘영동사랑상품권’을 유통하고 있다. 영동사랑상품권은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경쟁력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유가증권으로 오직 영동 일원에서만 유통될 수 있는 상품권이다.
1차 발행규모는 5000원권 2만장, 1만원권 13만장의 총 14억원 규모로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제작됐다. 기존의 상품권은 기관·단체에서 군을 통해 구매가 이뤄졌는데 새로운 영동사랑상품권은 NH농협은행 영동군지부에서 현금으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군은 지역 자금의 외지 유출을 막기 위해 2007년부터 농협 상품권에 영동사랑상품권이라는 직인을 찍어 한해 11억원 정도 유통해 왔다. 그러나 이 상품권은 외지 사용이 가능해 지역상권 보호라는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발행하는 상품권은 조폐공사에 주문 제작해 ‘영동’이라는 지명이 여러 곳에 인쇄됐고 외지 사용이 불가능하다.
현재 관내 음식점, 마트, 제과점, 카페, 이·미용실, 주유소 등 가맹점 360곳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영동군 관계자는 “영동사랑 상품권은 소상공인의 매출증대와 침체한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며 “지역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만큼 군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역화폐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며 “구매자와 가맹점 모두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충북 내에선 보은군과 충주시가 오는 7월부터 지역화폐를 유통할 계획이다. 경기도 역시 오는 4월부터 도내 전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한다. 침체된 골목경제와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경제에 선순환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기존에 지역화폐를 발행했던 성남과 안양, 시흥, 평택, 가평의 5개 지자체를 포함해 31개 도내 전 시·군에서 4961억원 상당의 지역화폐가 발행된다. 2022년까지 경기도내에서 발행예정인 지역화폐 물량은 1조5905억원에 달한다. 경기지역화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유흥업소 등의 사용이 제한되며 각 시·군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소재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