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그룹은 ‘교회 안의 교회’… 성경적 초대교회의 원형 닮아

입력 2019-03-08 00:01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2017년 1월 경기도 수원 예수마을셀교회에서 개최된 ‘제5회 한국셀교회콘퍼런스’에서 강의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구역조직은 전 세계 셀교회 운동의 원조로 불린다. 예수마을셀교회 제공

21세기 한국교회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 등의 여파로 대부분 교회가 성장 정체 상태에 있다. 청년, 청소년 등 젊은이들은 교회를 외면한다. 프로그램이나 전통적인 구조에서는 과거처럼 목회자의 헌신과 노력, 재정 투자만큼 그 결실이 나타나지 않는다. 교회뿐 아니라 대학가 선교단체도 사역이 쉽지 않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청소년, 청년 세대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문화에 휩쓸려 대학가와 학교에서 복음을 전하는 게 쉽지 않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예수를 믿으나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간섭받기 싫어하는 개인주의, 편리주의, 세속주의에 적당히 안주하며 자기 신앙의 유익만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성도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갈망하는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길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헌신된 가족들이 만든 예수마을셀교회는 2003년 7명이 작은 아파트에서 첫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2년 후 343㎡(약 104평) 상가를 매입해 성전을 이전했다. 성도들이 많아지면서 2007년 새 예배당 건축을 결의했다. 당시 40여명의 셀 리더들이 중심이 돼 자신이 살던 집을 줄여가며 헌금했다. 교회 개척 7년 만에 기적적으로 지금의 3305㎡(1000평) 성전을 건축해 입당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의 현 성전은 초대교회의 마게도냐 성도들(고후 8:1)처럼 교회 가족들의 헌신과 수고로 세워졌다. 소그룹 중심의 건강한 셀교회 가치와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수마을셀교회는 100여개의 셀이 운영된다. 셀 1개당 5~10명이 모인다. 셀모임은 매주 셀가족들이 가장 잘 모일 수 있는 평일 중 하루를 선택해 가정에서 갖는다. 모임에선 셀리더의 인도로 제자훈련과 말씀, 양육, 교제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성령 충만함으로 상처의 치유와 회복이 일어난다.

‘오픈셀’로 불리는 모임에선 관계전도를 통해 초청된 불신자와 자연스러운 모임을 갖기도 한다. 관계가 맺어진 불신자들은 비슷한 성격의 소그룹 셀들이 연합한 ‘해피브릿지’라는 모임에 초대된다. 만찬을 함께하며 복음을 듣는 시간을 갖고 교회에 등록한다. 등록한 새가족은 ‘행복치유수양회’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한다. 이후 1대1 새가족 양육을 거쳐 정식 셀가족이 된다.

이처럼 셀그룹이란, 교회 안에 있는 작은 소그룹들이 가정에 모여 불신자들을 향한 전도, 신자들 간 사랑의 교제, 양육 그리고 서로 간의 돌봄과 사역을 하는 ‘교회 안의 교회’를 말한다. 소그룹 중심의 셀교회는 교회 부흥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아니다. 작은 소그룹인 셀 하나가 교회이며 셀에서 사람들이 세워지고 전도가 진행된다. 성경적인 초대교회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셀교회는 성도의 수적 증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건강한 가족공동체로 섬겨 제자로 세운다.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순전한 복음이 교회의 기초가 돼야 한다. 그 터(고전 3:11) 위에서 셀교회의 원형과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셀교회의 목표는 한 명의 제자를 세우기 위해 철저한 제자훈련을 하는 것이다. 소그룹 중심의 셀교회만으로는 건강한 리더와 제자들이 세워지지 않는다. 셀그룹의 증식은 리더와 제자의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건강한 리더, 건강한 제자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때 유념할 점은 성경지식만 전수해 기능적 종교인을 양산하는 게 아니라 예수님이 보여주신 긍휼의 마음을 지닌 제자를 세우는 것이다.

미국 새들백교회 릭 워런 목사는 이런 말을 했다. “현대교회의 중요성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건강함에 있다. 교회의 건강함은 출석 숫자나 재정의 크기가 아닌 세상을 향한 파송 숫자에 달려 있다. 현대교회는 중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복음 중심의 교회관이 아닌 시대를 따르는 목회에 있다. 청중들이 원하는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교회 부흥과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게 본질적 문제다.

우리는 성도들이 원하는 교회가 아닌,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 성경적인 교회의 본질을 간과한 채, 교회 부흥을 위해 사람들의 구미나 유행을 맞추다 보면 잠시 성취의 기쁨을 얻을지는 몰라도 금세 한계에 부닥친다.

하나님이 세우신 초대교회는 집집마다 모이는 소그룹 중심의 교회였다.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모든 신자는 가족이다. 예수의 피로 맺어진 가족은 이기주의로 물든 이 시대를 치유할 대안이다. 마가 다락방에 성령이 임하셔서 세워진 성경적인 교회의 모습인 초대교회를 교회의 본질로 삼을 때 수적인 부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건강한 교회가 세워진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의 형상으로, 예수님이 명하신 비전(마 28:19~20)에 사로잡힌 제자가 되도록 훈련시킬 때,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주님의 나라를 현장 속에서 이뤄가는 건강한 성도가 넘칠 때 하나님이 원하시는 참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박영 목사는

조선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21년간 영암고 계산여중 등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퇴직 후 안양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미국 비전인터내셔널대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셀교회의 비전을 갖고 경기도 수원에 예수마을셀교회를 개척했다. 2012년부터 매년 한국셀교회컨퍼런스를 개최하며 작은교회에 셀교회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셀목회네트워크 형제교회 지도목사로 한국교회를 건강한 교회로 세우는 데 힘쓰고 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