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된 지 8년째입니다. 시장이 된 후 가장 중요한 정책을 지금 발표하고자 합니다. 시장 임기를 마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는 돌봄정책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후 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다소 감격적인 어조로 ‘우리동네키움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만6∼12세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부모가 올 때까지 돌봐주는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곳에서 시범운영을 했고, 올해 94곳을 새로 설치한다. 2022년까지 총 400곳을 조성해 서울 맞벌이가정 75%에게 ‘초등돌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는 영·유아돌봄에 이어 초등돌봄도 보편적 사회서비스로 제공하는 시대를 열게 된다.
박 시장은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됐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투쟁이 돼선 안 된다. 돌봄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이 중대한 전환을 할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동네키움센터에는 이용 대상에 제한이 없다.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맡길 수 있다. 요일별로, 일별로 이용시간을 정할 수 있고 긴급한 돌봄 수요가 발생할 경우 일시 이용도 가능하다. 이용료는 10만원 이내에서 센터별 운영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초등학교나 주거밀집지에서 가까운 공공시설 위주로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며, 각 구청에서 설치와 운영을 맡는다. 센터마다 돌봄선생님과 관리자 등 3명이 상주하며 돌봄과 함께 교육·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시민들로 ‘우리키움참여단’을 조직해 센터 운영을 모니터링하고 조언한다.
우리동네키움센터 400개를 설치하는데 40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센터 종사자 12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서울시는 또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기존의 돌봄서비스를 확대, 강화한다. 영·유아와 초등학생 가정으로 찾아가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돌보미’를 현재 3000명에서 2022년까지 8000명으로 늘린다. 공동육아 품앗이 공간인 ‘열린육아방’을 2022년 450곳으로 10배 이상 확대하고, 심야시간대나 주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거점형 시간연장 어린이집’도 9곳에서 연내 50곳까지 확충한다.
박 시장은 “복지에 대한 투자를 예산 낭비인 것처럼 얘기하는 이들이 있지만 경제 발전도 사회 발전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청소년과 아이를 잘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투자,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