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내집 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추가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섣불리 매매시장에 나서지 못하는 데다 지난해 같은 ‘로또 청약’ 기대도 쉽지 않아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같은 ‘시계제로’ 상황일수록 주거 선택의 기본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부 규제와 금융 허들 등 고려할 요인이 복잡해질수록 결국 ‘입지와 교통이 미래가치를 좌우한다’는 기본적 상식에 기초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안갯속 부동산 시장의 나침반으로 신도시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지난해 말 정부가 3기 수도권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신도시, 택지지구 청약의 안정성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당장은 불안하더라도 입주 후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완료되면 장기적으론 주거 환경은 물론 자산 가치가 우상향하리라는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체계적 도시계획이 뒷받침되는 신도시가 중장기적으로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은 최근 분양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수도권 청약경쟁률 상위 단지들은 신도시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동탄 2신도시에 공급된 ‘동탄역 유림노르웨이숲’은 1순위 184.61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수도권 평균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1월 위례신도시 ‘위례포레자이’ 분양에는 6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려 1순위 청약경쟁률 130.33대 1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올 봄 주목받는 또 하나의 트렌드는 ‘신도시 옆 신도시’다. 지난해 발표된 3기 신도시 입지에서 확인되듯 인기 신도시 인근에 들어설 후발 신도시가 실수요자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완성형 신도시의 잘 갖춰진 생활 인프라, 교통망 등 검증된 주거환경에 신생 신도시가 더해져 신(新) 주거벨트 기능도 기대된다.
올 상반기 수도권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인근에 위례신도시, 운정신도시 등 굵직한 공공택지 내 아파트들이 연이어 분양에 나선다. 영남권에서도 인기 주거지인 경남 양산시 물금지구 옆 사송신도시가 준비 중이다. 탁월한 중심지 접근성을 바탕으로 도심을 벗어나 주거 환경 업그레이드, 중장기 관점 투자 가치를 노리는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지하철 개통도 청약 시장 흥행 잣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만 지하철 개통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도 실제 개통시점까지는 평균 13~15년이 소요되는 만큼 착공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신설역 착공 및 준공 시기에 맞춰 수혜 단지의 집값이 크게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2016년 개통된 신분당선 연장선 라인에 자리한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2012년 2월 입주)’는 착공 이후 지역 시세가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살펴보면 이 아파트 전용 84.68㎡ 분양권 및 시세는 광교중앙역 공사가 시작된 2011년 2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하철이 개통한 2016년 1월 이후 착공 전보다 약 2억5000만원 가까이 오르며 높은 가격 상승을 보였다. 청약시장에서도 최근 지하철 5호선 연장 호재를 받은 미사, 하남권 분양 단지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과 프리미엄을 누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분양 시장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하철 개통 호재 등 ‘입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