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규제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2022년까지 4년간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폭발적 성장) 전용펀드가 조성된다. 또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과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비과세 혜택 확대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창업→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4단계로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스타트업 친화적인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4+1 전략’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적 포용 국가로 나아가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창업 초기에 집중돼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은 많은 벤처기업이 스타트업 단계를 넘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유니콘기업은 출범한 지 10년이 안 됐으나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벤처기업을 말한다. 한국엔 쿠팡, 배달의민족 등 6곳이 유니콘기업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창업국가를 넘어 벤처가 성장하고 도약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며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바이오헬스, 핀테크,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의 신산업·고기술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 강화,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혁신벤처 투자제도 도입 및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 금융 지원 확대, 각종 규제 완화다.
구체적으로는 바이오·의료 분야 정책펀드 8개에 6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고, 고급 인력이 벤처 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2022년까지 대학기술지주회사 펀드에 6000억원을 조성키로 했다.
민간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해 2021년까지 1조원의 M&A 전용펀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M&A를 통한 벤처투자 회수 비중을 2018년 2.5%에서 2022년까지 10% 이상 확대하고, M&A에 투자하는 펀드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수시장 강화를 위해 에인절투자자의 투자 지분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에인절세컨더리 전용펀드’도 4년 동안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일반 투자자가 손쉽게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를 도입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털이 BDC 운영주체로 참여해 펀드의 40% 이상을 창업기업에 투자하고, 금융·부동산·숙박·음식점업 외 업종에 투자하면 세제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벤처기업계의 경우 그 특수성이 있어 이번에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아주 엄격한 요건하에 한정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4월 금융규제 완화 준비를 조기에 확정하고, 신용정보법 개정과 P2P금융 법제화를 추진해 스타트업 서비스 개발의 문턱을 낮춰주기로 했다. 금산법, 은행법 등을 개정해 금융회사의 핀테크기업 출자 제약을 완화한다. 또 5∼10년 안에 유니콘으로 성장이 가능한 ICT기업 50여개를 발굴해 ‘미래 유니콘 50’ 프로그램을 하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벤처지주회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산 규모를 현행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추는 등 설립과 자회사 지분 요건을 완화하고 비계열사 주식취득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기간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초기 벤처기업 주식의 양도차익·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방안도 검토한다. 벤처기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도록 스톡옵션 행사 시 비과세 혜택도 연간 2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문수정 강준구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