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언급으로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이 급부상하고 있다. 추경은 국가예산을 편성한 뒤 추가로 돈을 더 투입하는 조치다. 정부는 올해 469조6000억원을 쓸 계획인데, 미세먼지를 위한 ‘예산 주머니’를 또 만들겠다는 의미다. 추경은 예외적 조치라 법적 요건이 맞아야 실행 가능하다. 따라서 미세먼지 추경의 법적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재원 마련도 논쟁거리다. 자칫하면 ‘빚’을 내서 추경을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6일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추경 긴급편성을 언급했다. 추경으로 확보한 나랏돈을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대용량 공기정화기 설치,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에 쓰라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추경 편성에는 상당한 논란이 따라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정부는 ‘비상금’을 갖고 있다. 재해 대책에 쓸 수 있는 목적 예비비 1조8000억원이 그것이다. 다만 미세먼지를 ‘재해’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목적 예비비를 투입할 수 있는 재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나열돼 있다. 자연재난은 태풍, 황사 등과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이다. 사회재난은 화재, 환경오염 사고 등이다. 미세먼지는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법상 재난에 해당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이외에도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일반 예비비도 갖고 있다.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도 ‘재해 범위’는 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가재정법의 추경 편성 요건 또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정부 계획보다 더 걷힌 세금은 25조4000억원이다. 쓰고 남은 세수를 추경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13조2000억원의 여유 자금(세계잉여금) 중 일반회계인 10조7000억원을 ‘지방교부세 정산→공적자금 출연→채무상환’이라는 절차를 거친 뒤 추경에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교부세로 정산해야 할 금액이 10조5886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추경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거의 없는 셈이다. 결국 추경을 한다면 ‘빚 늘리기’ 등의 방법을 써야 한다.
일단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존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되 부족할 경우 (추경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미세먼지 관련 경유세 인상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 방침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경유세 조정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