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맞아… 행동주의 펀드·일반 주주 공세 거세진다

입력 2019-03-07 04:01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오자 주주들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현대자동차와 한진칼에 압박 수위를 높이며 총공세에 나섰다. 대한항공 직원 등 일반 주주들도 연합해 주주권 행사 운동에 돌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 한진칼을 필두로 하는 이달 주주총회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강성부 펀드’로도 불리는 한국형 행동주의펀드 KCGI는 6일 대한항공 임직원 명의의 한진칼 주식 224만주에 대한 소명을 촉구하는 서신을 한진칼에 보냈다. KCGI는 “대한항공 본사가 주소로 기재된 임직원 2명 및 대한항공 관련 단체 명의 주식 224만1629주(지분율 3.8%)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해당 지분의 평가액이 500억원을 넘는데, 자본시장법이나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의 지분으로 신고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양호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대한항공 관련단체에 운영자금을 일부라도 출연했다면 자본시장법상 특수관계인 및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차명주식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KCGI의 서신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싸움’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이에 대해 “한진칼 특수관계인의 차명주식이 아니다. 주식 명의자는 대한항공 직원과 직원 자치조직을 대표해 주식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덩치 큰 사모펀드만 목소리를 높이는 건 아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직원연대지부와 시민단체는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을 꾸리고 지난 5일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회사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서다. 사실상 ‘개미’ 모임이지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는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목소리 큰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소액주주 표심잡기’에 나섰던 과거와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현대차·현대모비스도 격전지로 꼽힌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올해 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규모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전달했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엘리엇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었다. 그러자 엘리엇은 이달 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서신, 프레젠테이션을 보내는 등 구애작전에 돌입했다. 오는 22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힘을 실어 달라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선 이들 대기업의 주주총회 결과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본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 전반에서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지속될 중장기 흐름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증시 최대 이슈로 ‘주주참여 확대 및 주주환원 증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 투자자들도 주주행동주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확대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세용 KB증권 연구원은 “특정 세력으로의 권력 집중 완화, 이사회 기능 강화는 채권단에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사외유출이 큰 단기적 주주친화 정책이 관철되는 것은 부정적 요소”라고 진단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