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올해 안에 실내 체육시설 없는 모든 학교에 실내체육시설을 설치하기로 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교육부는 6일 오전까지도 설치 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정부가 매번 여론 무마용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7년 9월 26일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가 주도한 대책이었지만 교육부도 참여했다. 당시 교육부는 “체육관이 없는 모든 초·중·고교 979곳에 2019년까지 실내체육관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6일 발표된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 발표’에선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혔다. 2017년까지 362곳 설치됐고, 2018년에는 329곳, 2019년에는 288곳을 확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올해 남은 학교가 410곳”이라고 밝혔다. 당초 계획보다 122곳이나 적게 설치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내 체육시설을 지난해 400곳 정도 설치했는데 시·도에서 미세먼지에 대비해 없는 학교 위주로 한 게 아니라 학생 수나 노후 정도 등 다른 기준을 적용해 설치하다보니 (예정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까지 전국적으로 미설치 학교가 516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에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부랴부랴 현황 파악에 나섰고 오후에 410곳이라고 정정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1주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중앙 정부가 100곳 이상 차이나는 수치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만 전시행정을 펴고 미세먼지가 물러가면 팔짱 끼는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교육부는 이날 올해 안에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 당국이 지난달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를 조사한 결과, 전국 2만877개 학교 27만2728개 교실 가운데 41.9%(11만4265개)에 공기청정기나 기계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97%) 초등학교(75%) 특수학교(73.9%) 등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반면 중학교 교실에는 25.7%, 고등학교 교실에는 26.3%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예산 확보는 불투명한 상태다. 교육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