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10대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무역전쟁 중인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13% 이상 늘려 첨단산업 육성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1시간40분에 걸쳐 35쪽, 2만자 분량의 업무보고를 했지만 ‘중국제조 2025’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제조 2025’는 리 총리가 2015년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처음 발표한 이후 매년 업무보고에 빠지지 않았다. 리 총리는 2016년에 “중국제조 2025가 실시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고, 지난해에는 ‘중국제조 2025 시범구’ 구상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의료·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첨단 화학제품, 항공우주, 반도체, 전기차, 해양엔지니어링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세계 최고로 육성하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기술 굴기’를 위해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 정책을 집중 공격했다. 리 총리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올해는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 6.5%에서 6.0∼6.5%로 낮추면서도 과학기술 분야 예산은 지난해보다 13.4% 증액한 3543억1000만 위안(약 60조원)을 책정했다. 이 예산은 바이오, 인공지능(AI), 반도체, 항공우주, 로봇 등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입될 전망이다. 대부분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분야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제조업의 고도 발전을 추진하고, 공업기초와 기술혁신 능력을 강화하겠다”며 제조강국 건설을 역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제조 2025가 공식적으로 사라진 것은 명목상일 뿐”이라며 리 총리는 차세대 정보기술과 첨단장비, 생물의학, 신에너지 자동차 등 ‘제조 2025’에 포함된 분야를 신흥산업 육성 목록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현재까지 중국의 정책에서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현저히 줄일 것이란 신호는 거의 없고, 중국이 정부 주도의 경제모델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의심을 미국 측에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가 지난 4일 남중국해 주변 상공을 비행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당시 B-52H 전략폭격기 두 대가 괌 앤더슨 기지를 이륙한 뒤 한 대는 남중국해 근처까지 접근해 영유권 분쟁 중인 섬 주변 상공을 비행했고, 다른 한 대는 일본 근처에서 일본 자위대와 공동으로 훈련하고 귀환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의 남중국해 인근 비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군은 전략폭격기 ‘훙-6K’를 대만과 가까운 군사기지에 전진배치했다. 홍콩동방일보는 중국 광둥성 북부 싱닝 기지에 배치된 훙-6K 4대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