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위원들 불참에 文 대통령도 참석 번복… 경사노위 난항

입력 2019-03-07 04:05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6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고 노동개악 저지를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노사정이 극적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끌어냈지만 한국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 위원들의 반대로 최종 의결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노동자 위원 설득에 실패할 경우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가 최근 잇달아 도출한 합의안 의결도 불투명해졌다.

6일 청와대에 따르면 7일 열릴 예정이었던 경사노위 2차 본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노동자 위원 중 청년유니온 김병철 위원장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이 본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노동자 위원 5명 중 민주노총을 비롯해 총 4명의 위원이 불참하게 되면서 경사노위 본회의 의결 조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경사노위법은 노사정을 각각 대표하는 위원 과반 이상이 출석해야 본회의 의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의결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경사노위는 이날까지 본회의 개최 여부조차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자 3인이 불참키로 하면서 본회의에서 다룰 예정이었던 안건 의결도 어렵게 됐다. 경사노위는 지난달 노사정이 도출한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고, 11시간 연속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의 합의안이다. 노동계 측에서 한국노총이 논의에 참여했지만,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해 참여하지 않았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자 3인 역시 합의안 도출 직후 탄력근로제 오남용 가능성을 들며 반대 입장을 냈었다.


경사노위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가 합의한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원칙도 의결이 힘들 전망이다. 사회안전망개선위는 지난 5일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하고, 한국형 실업부조를 운용하는 뼈대를 만들었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구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노사정은 구체적인 운영원칙을 합의문에 담았다. 우선 기준중위소득 50% 이하(1인 가구 기준 85만3504원)인 저소득층을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지원 금액은 최저생계보장 수준의 정액급여(1인 가구 기준 월 51만2102원)다. 수급 기간은 6개월로 얼개를 잡았다. 현재 6만원 수준인 실업급여 수급액을 현실화하고, 고용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대해서도 향후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다.

노사정이 어렵게 도출한 합의안이 마지막 의결 절차를 앞두고 파행으로 치닫게 되면서 경사노위 논의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5월 국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이후 경사노위 논의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합의안을 도출한다 해도 한국노총이 전체 근로자를 대표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는 요원하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철회,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철회를 요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자·민중의 바람과 반대로 재벌이 요구한 정책, 악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번 총파업에는 30여개 사업장, 3200여명만 참여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