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주목받으면서 영화의 배경이 된 경북 칠곡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의 후반전에 한글을 깨우치면서 삶이 풍성해진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강금연(85)·곽두조(88)·김두선(86)·박금분(89)·박월선(89)·안윤선(80)·이원순(80) 할매(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다.
칠곡에서 태어난 가시나(여자아이를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들이 평생 이곳에 살면서 재미있게 나이 든다는 내용의 영화는 외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의 ‘칠곡 할매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촬영에만 꼬박 2년6개월이 걸렸고 촬영시작 3년 만인 지난달 27일 정식 개봉했다.
주인공 할매들은 2015년부터 칠곡군이 운영하는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치고 나아가 시(詩) 쓰는 재미에도 흠뻑 빠지면서 시집까지 출간하는 등 점차 인생의 묘미를 깨닫는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재미를 추구해야 인생의 가장자리가 더욱 풍요롭다는 것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은 “할머니들은 ‘가시나’라는 이유로 학교에 갈 수도 없는 험난한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고 제작 동기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또 “영화가 나이가 들어감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조차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매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현재 한국 독립·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만 관객 고지를 넘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가 주가를 높이자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칠곡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문학도시’로 알려진 칠곡군은 인문학마을 만들기, 대학생 인문학 활동, 칠곡 할매시집 발간 등으로 인문학마을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2013년 9개 마을로 출발한 칠곡군 인문학마을은 현재 26개에 달한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칠곡 인문학의 특징은 책과 이론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에 녹아 있는 ‘삶 속의 인문학’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칠곡 가시나들’이 탄생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4일 서울 예술영화관 필름포럼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고 출연한 할매들의 딸과 손주들, 영화감독 등과의 간담회에서 이들을 격려했다. 김 여사는 칠곡군을 통해 할매들에게 따로 가방을 선물하기도 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