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신앙공동체 도움으로 둘째 아이 희소병 위기 넘겼죠”

입력 2019-03-07 00:01
워싱턴 한몸교회 박성걸 부목사 부부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자택에서 1남3녀 자녀들과 함께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한 낡은 주택. 4남매 어린이들이 뛰노는 소리로 생기가 넘쳤다. 워싱턴 한몸교회 박성걸(46) 부목사와 김세영(37) 사모가 반갑게 맞이했다. 부부는 안정적 생활환경이나 장애 여부가 출산·양육환경과 정비례하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는 커플이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만나 2007년 첫째 은혜양을 낳았다. 문제는 둘째 진리군 출산을 앞두고 발생했다. 잘 자라던 태아가 2009년 12월 출산 직전 움직임이 부쩍 줄어든 것이다. 출산 후 아이는 울지 않았다. 온몸이 축 늘어진 신생아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의사는 “프레더윌리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했다.

김 사모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고 둘째가 있는 중환자실을 지키며 10일 넘게 눈물만 흘렸다”면서 “누가복음을 읽으며 고난의 시기를 보냈는데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을 부정한다고 바뀌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회고했다. 3주 후 병원에서 프레더윌리증후군이 맞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 목사는 “힘들었지만, 아내와 둘째 아이를 주신 것에 대해 믿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울먹였다.

부부가 둘째 출산 후 2명의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자녀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김 사모는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고 신앙의 성숙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특히 장애를 갖고 태어난 둘째를 키우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성경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했다. 이어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선 아이를 위한 좋은 의사와 의료·복지 시스템을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김 사모는 “주변 성도들이 사랑을 많이 베풀어 주셨다”면서 “조산기가 있었던 넷째 임신 기간 성도들이 반찬은 물론 집 청소까지 도와줬다. 성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정신적으로 평안한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박 목사도 “아픈 둘째를 두고 아이를 더 갖는다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하나님께선 실수가 없으신 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이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자 기쁨, 은혜라는 분명한 신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님께선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셨다”면서 “그것은 하나님이 가정의 복을 가장 우선시하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부부는 임신과 출산을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전통적으로 미국에 다자녀 가정이 많았던 것은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을 축복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입양 문화도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부부는 최근 들어 미국에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저출산 문화가 확산 중인데 그 밑바닥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안타깝게도 한국이나 미국에서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맞벌이를 위해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의 깊은 바닥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불안감, 두려움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출산과 양육을 위해 경제적 수고와 개인의 취미,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면서 “불확실성, 두려움을 극복하고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곳이 교회다. 교회는 이를 극복하도록 가르치고 자녀를 통해 주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사모는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긴 하지만 키울 때 알 수 있는, 힘든 것 이상의 은혜와 기쁨, 감사가 있다”면서 “양육에서 느끼는 감사와 기쁨을 누릴 때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부부는 한국교회가 장애아이를 편견 없이 키울 수 있는 선진 문화를 한국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박 목사는 “이곳에서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에 가면 장애인도 당당하게 일한다. 장애인 가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장애인의 의식주를 최대한 지원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도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김 사모도 “장애아로 태어나도 존재 자체가 축복이라는 사실을 한국교회가 앞장서 알리며 생명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크리스천 가정의 건전한 생명관이 확산돼 임신과 출산을 축복하는 성경적 문화가 한국 사회에도 뿌리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어팩스(미국)=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