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법안’ 먼지 쌓이는데… 與野는 네 탓 공방

입력 2019-03-06 04:04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미세먼지 없는 대한민국’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 것인가. 반복되는 미세먼지 공습에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와 처벌 강화 등 입법을 통한 대책 마련이다.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을 모두 통과시켜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인데도 여야는 ‘네 탓 공방’에 몰두 중이다. 미세먼지 공습의 원인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는 탓에 내놓는 대책도 엇갈리고 있다. 국민들에게 연일 극심한 고통을 주고 있는 사안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초당적으로 기민하게 대처하기는커녕 정쟁만 거듭하는 국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강조하는 미세먼지 대책은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최소화 등이다. 이명박정부의 ‘클린 디젤’ 정책,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늘어난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라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중국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외교 전략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자동차 갖고 나오지 마라’ ‘공공주차장을 폐쇄하겠다’ 등 온통 국민 희생이 필요한 정책만 내놓고 있다”며 “대부분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유입되는데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문재인정부는 말 그대로 시늉만 하고 있다. 당당하게 중국과 담판을 지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저탄소 녹색성장정책을 폈는데 이제는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고집하면서 ‘고탄소 황색발전’을 꾀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도 국내 대책에 치중하기보다 중국에 미세먼지 책임을 제대로 물을 것을 요구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아래에 갇힌 상황에서 뒤늦게 차량운행 제한이나 비상대책을 해도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30%를 저감하고 중국에 미세먼지 책임을 묻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줄줄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4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은 사회재난의 정의에 미세먼지를 포함하도록 했다. 미세먼지가 사회재난에 포함되면 국가안전관리체계에 따른 위기단계별 조치와 예산 지원이 가능해지며,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기업·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에는 미세먼지 취약계층(영유아·청소년·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재정적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보건용 마스크 구입액의 15%를 종합소득산출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