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분류하고 적극 대응을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더욱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금 수준의 대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두고 중국 등 주변국과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 내부 요인이라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주변국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공기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5일 미세먼지 데이터 제공업체 에어비주얼이 발간한 ‘2018 세계 공기질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칠레로 최악은 면했지만, 도시 단위를 살펴봤을 때 초미세먼지는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다.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서울은 5일 기준 중국 선양과 방글라데시 다카에 이어 전 세계 87개 도시 중 공기오염 도시 순위 3위에 위치했다. 인천이 4위에, 부산이 1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잠시 자동차 통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제한하는 등 현재 시행 중인 정부의 비상저감조치는 체감할 정도의 효과를 내는 게 애초부터 어렵다고 주장한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학및환경공학과 교수는 “20~30년 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매년 같았다“면서 “자동차 통행 제한 정도 말고는 제대로 된 대책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 일상의 대기오염을 개선하려면 대국민 홍보나 교육이 기본”이라면서 “아직까지 정부 대책은 단기적으로 특정 행위를 차단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당장 추가 시행 가능한 대책으로는 내부적 요인 차단책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민간 차량2부제나 대도시 인근 열병합발전을 보다 획기적인 수준으로 감축하는 등의 대책을 주문했다. 환경관련법 정비 등 미세먼지 배출 구조를 바꾸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제도적인 걸 개선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면서 “대기환경법만 보더라도 1990년대에 제정 뒤 20여 차례 개정했지만 누더기 수준이고, 다른 환경법과 연계도 잘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인을 정확하게 짚는 데서부터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자료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심스러워하는 부분이 많다. 연구자들끼리도 자신의 모형이 옳은지 논쟁이 있다”면서 “정부가 진즉 나서서 어떤 게 더 정확하다든지, 어떤 기준을 쓰자라든지 정리를 해줬어야 했는데 때를 놓치면서 지금처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공동연구로 현실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최근 환경부 등이 중국 정부와 미세먼지의 원인과 관련해 마찰을 빚은 일 역시 문제해결을 위해 불필요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달 환경부는 중국 생태환경부와 미세먼지 원인을 두고 설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환경부는 11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협약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된 합의가 이뤄질지 확언하기가 쉽지 않다.
조효석 박상은 김승현 정진영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