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한시적 전기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가정과 기업 등에서 공기청정기(공기정화장치)를 사실상 24시간 가동하면서 전기료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당장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기술적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우니 우선적으로 국민 부담 경감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5일 경제정책 분야를 미세먼지 대책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했다. 기존의 환경정책만으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환경 분야에서 대책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제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 검토되는 방안은 공기청정기 사용 지원 문제다. 청와대는 이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점검회의에서 장시간 공기청정기 사용으로 전기료 부담을 느끼는 가구를 고려해 한시적으로 전기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늘자 7~8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공기청정기 사용과 에어컨 사용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각급 학교에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확대한다. 또 환경부 차원에서 논의되던 미세먼지 대책도 국무총리가 관장토록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3기 해군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뒤 돌아와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받았다. 차량 운행 및 석탄발전 상한 제한, 미세먼지 배출시설 가동시간 조정 방안 등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는 즉각적으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를 취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기록을 다시 썼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오후 6시까지 서울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143㎍/㎥를 기록했다. 2015년 초미세먼지 관측 이래 서울의 일평균 농도 최고치는 지난 1월 14일에 기록된 129㎍/㎥였다. 경기(148㎍/㎥), 인천(114㎍/㎥), 세종(152㎍/㎥) 등 전국 단위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고, 충북 청주시 사천동은 오전 11시 시간당 평균치가 239㎍/㎥까지 치솟았다.
서울은 1월 14일 이후 두 번째로 초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했다. 이 경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50㎍ 이상으로 두 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환경부는 6일에도 수도권을 비롯한 15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 이로써 서울 인천 경기 세종 충남 충북은 6일 연속, 대전은 5일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강준구 박세환 박상은 기자 eyes@kmib.co.kr